과거에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필수 요소가 기름(휘발유·경유)이었지만 현재는 ‘반도체’가 추가되었다. 컴퓨터나 가전제품 등에만 어울릴 것 같은 반도체가 이제는 자동차의 움직임까지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동남아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근래 자동차용 반도체의 품귀현상은 자동차용 반도체가 스마트폰이나 PC에 주로 들어가는 것보다 낮은 수준의 제품이 쓰임에도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관련업체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현 상황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자동차용 반도체에서 안전과 관련된 항목은 주로 엔진계통에 해당하기 때문이며 설비가 있더라도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라면 생산까지 3~5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반도체업계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용 고성능 반도체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작은 칩이 수백개가 지배하는 커다란 자동차, 반도체는 과연 자동차에서 어떻게 쓰일까?.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반적인 자동차에는 100~200여개 반도체가 탑재되는데 고급차의 경우 300개 이상이 쓰이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최소 1000개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는 수십여종에 달하지만 대체로 단순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친다. 이에 반도체업계에서는 앞으로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 수행할 반도체로 통합될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반도체 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고성능반도체가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그만큼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기능이 첨단화되면서 차 문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 운전하는 내내 반도체의 도움을 받는다. 스마트키 속에도 반도체가 들어가며 최첨단 LED 헤드램프와 차 곳곳에 숨어있는 센서도 모두 반도체다. 자동차의 센서는 사람의 감각기관에 해당한다. 센서가 정보를 모아 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로 보내면 움직임에 관여하는 액추에이터로 신호를 보내 기능이 작동한다. 운행 중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 반도체가 필수로 꼽히는 배경이다.
태슬라 전기차의 경우 엔진이나 에어컨 등 주요 부품마다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탑재해 일일이 제어하는 가솔린차와 달리 중앙의 전자제어유닛(ECU)에서 차량 전체시스템을 제어하고 있다. 때문에 가솔린차에 비해 반도체 제어시스템의 구성이 간단하고 ECU 이외의 반도체는 대체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반도체생산업체의 입장
원래 자동차와 반도체의 생산 방식은 무척 다르다. 자동차 메이커는 필요한 만큼 보통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는데 재고 부담을 줄이고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반도체는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의 회로에 전자가 움직이는 것으로 이런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고정밀도의 기기를 사용하는 800여 개의 공정을 거치야 하며 만드는 데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반도체는 가능하면 동일한 것을 계속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일례로 애플은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 1년씩 장기 계약을 한다.
-자동차부품업체의 고민
가솔린이나 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가 부품이 훨씬 적은 전기차로 바뀌면 기존 자동차 부품 업체는 새로운 부품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기차에는 엔진 실린더와 연료 공급·분사·점화장치는 물론 머플러 등 배기가스 관련 장치 등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 부품들이 필요 없게 된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생산뿐만 아니라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업계 등에도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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