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강(10.23)

nyd만물유심조 2021. 10. 21. 09:43

상강(霜降)은 24절기 중 18번째 해당하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이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고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의미한다.
상강에는 쾌청한 가을 날씨를 보이지만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진다. 말 그대로 물기가 땅 위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누렇고 빨갛게 바뀐다.

예로부터 10월을 으뜸가는 달이라 하여 상달, 또는 농사가 끝나고 새로운 추수 동장(秋收冬藏 ;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저장한다)의 의미로 윗달이라고 불렀다. 상강 무렵엔 가을걷이 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 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다. 또 이때부터는 슬슬 겨우살이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이다.

“한 해 김치 맛은 상강에 달려있다” 라는 말이 있다. 서리가 처음 내리는 상강 날짜즈음에, 첫 서리를 맞은 배추와 무가 수분이 많아져 김치를 담궜을 때에 아삭이는 맛이 최고라 하여 생긴 말이라고 한다.
상강에는 바쁜 수확철을 끝내는 것을 기념하여 각종 의례행사가 행해졌다. 마을에서는 당산제(마을의 평화와 풍요를 기원하는 행사) , 각 가정에서는 고사와 시제 등을 지내면서 한 해 농사 수확에 대한 감사와 새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했다. 조선 시대에는 상강 시기에 군사 행사인 ‘둑제(纛祭)’를 진행했는데 둑제는 조선 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사통제권을 상징하는 ‘둑’에서 지내는 국가 제사의 일종으로, 국가의 군사권을 상징하는 제사로서는 유일하게 무관이 주관하는 특징이 있다.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