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는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로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는 봄철 영농기를 맞이하여 농촌에선 못자리를 하기 위하여 볍씨를 담그는등 농사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이자 봄비가 내려서 곡식이 윤택해 진다는 뜻도 있다. 밭에 많이 심는 콩과 식물 자운영이 곡우 무렵부터 나비 모양의 붉은색 꽃을 둥글게 모여 피운다.
꽃향기가 좋아 관상수로 많이 심는 수수꽃다리의 꽃들이 피어 짙은 향기를 풍기는 것도 이 무렵이다. 이 나무는 본래 이 땅의 것이었고 멋진 우리 이름이 있음에도 라일락이라는 서양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려 안타깝다. 이 무렵에 조팝나무는 양지 바른 산야에서 튀긴 좁쌀 같은 새하얀 꽃들을 가지에 다닥다닥 붙인 듯한 특이한 모습으로 피워내며 6월까지 우리의 강토를 붉은 꽃동산으로 만들어 놓는 철쭉꽃들도 본격 피어난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남의 격열비열도까지 올라오므로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사리라고 하는데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쳤다고 한다.
곡우 때 나물을 장만해서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이유는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란다. 또한 봄에는 조개, 가을엔 낙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봄 조개는 제일 맛날 때인데 대합 탕, 대합 구이도 제맛이 나며, 도미가 도톰하게 살이 찔 때라 도미찜, 도미탕 등을 하면 제일 맛이 있을 때이다.
차(茶) 중에선 이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雨前茶)라고 부르는데, 곡우 이후에 딴 차(이를 우후차라고 부른다)에 비해 더 품질이 좋다고 평가를 받는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樹液)으로 거자수라고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속설로는 경칩 어간의 고로쇠나무 수액은 남자에게 좋고, 곡우 어간의 자작나무 수액은 여자에게 좋다고 한다.
경남 남해에서는 이날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인천 옹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는 가뭄이 든다는 말이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하며, 전북 순창에서도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긴다. 이런 날씨점을 통해서도 풍년을 기원하는 소박한 농민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 시기는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같은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속담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