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설중매(雪中梅)

nyd만물유심조 2022. 2. 18. 20:55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 눈 속에서 피는 꽃을 ‘설중매(雪中梅)’라 하며 그 꽃은 ‘매화(梅花)’이다.
매화는 한창 추위의 절정이 끝나는 2월부터, 추운 곳에서는 4월에 꽃을 피운다. 요즘도 아직 매서운 추위가 연일 한창이지만 추위 속에서도 고고한 꽃잎을 피우며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 매화, 은은한 향내와 함께 시든 가지에 피는 꽃의 모습과 나무의 품격이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사군자 중 으뜸으로 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기후가 따뜻한 영남 일부 지역에서 겨울에 매화꽃을 볼 수 있었지만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그러하지 못하였다. 이에 세밑 매화를 보기 위해 17세기 서울에서는 매화 화분을 집안에 들여놓고 꽃피는 시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그런데 방안에 매화 화분을 그냥 두면 먼지가 끼어 깨끗함을 생명으로 하는 매화의 운치에 방해가 되므로 18세기 무렵부터 매화 화분을 넣어두는 작은 감실을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기이함을 좋아하는 선비들이 산골짜기를 뒤져 복숭아와 살구나무 고목을 찾아 베고 자르고 쪼개고 꺾어 그루터기와 앙상한 뿌리만 겨우 남겨놓은 다음, 비바람에 깎고 갈고 벌레가 좀먹게 한 다음, 벼랑에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오래된 밭의 어지러운 돌 더미에 비스듬히 눌려있는, 구불구불 옹이가 생기고 가운데 구멍이 뚫려 마치 거북과 뱀, 괴물 모양으로 된 것을 가져다가 접을 붙인다. 운치 있는 꽃이 평범한 가지에서 훌훌 떨어지고 나면, 그 위에 접을 붙인 다음 흙 화분에 심는다. 그리고 왕성한 기운이 흩어져 빠져나가 꽃을 피우지 못할까 걱정되어 작은 합(閤)을 만들어 담아둔 것이다. 그러면 온 천지가 한창 추울 때 꽃을 피운다. 마치 신선이나 마술사가 요술을 부려 만들어 낸 것 같은 것이다.

매화는 겨울에서 봄이 오는 듯한 아직은 추운 시기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특성 탓에 매화와 관련한 시에서는 계절의 변화 속 그 아름다움을 많이 노래했다. 이처럼 춘한(春寒) 속에서 홀로 핀 고고한 자태는 유교적 차원에서 선비의 굳은 지조와 절개를 즐겨 비유하였다. 그리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많이 재배되기도 했다.
고려 후기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매화"에서 순결한 미녀를 두고 ‘옥 같은 살결엔 아직 맑은 향기 있네.’라고 노래하였다.
고려시대 문신이었던 이인로(李仁老, 1152-1220) 역시 그의 시 "梅花(매화)"에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노래하며 요대(신선이 사는 곳)와 같은 신선의 경지에까지 결부시키고 있다.
정도전 또한 매화를 사랑하였던 조선전기 대표 매화 시인 중 한 명이다.
조선조 세조 때의 성삼문은 호를 매죽헌(梅竹軒)이라 하여 단종에 대한 연군의 뜻을 눈 속에 피는 매화로 표상하고 대나무가 가진 절개의 뜻을 더하여 충신의 의지를 상징하였다.
또한 매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이다. 그는 100수가 넘는 매화시를 가장 많이 남긴 작가로, 스스로 ‘참으로 매화를 아는 사람(眞知梅者)’이라는 칭호를 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매화 시를 별도의 "매화시첩(梅花詩帖)"으로 꾸몄는데, 여기에는 모두 62제(題) 91수(首)의 매화시가 수록되어 있으며 여기엔 “내 평생 즐겨함이 많지만, 매화를 혹독하리만큼 사랑한다.”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이다. 이황의 매화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데 바로 관기 두향(杜香)과의 애절한 사연이다. 그가 단양군수로 부임한 48세 때 만난 두향의 나이는 방년 18세로 그녀는 빼어난 인물을 지녔으며 시문(詩文)과 거문고에 능하고 화분에 매화를 기르는 분매(盆梅) 솜씨가 좋았다. 첫 부인에 이어 재취마저 사별하고 아들까지 잃은 처지였던 퇴계는 두향이 고이 길러온 매화분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황의 풍기군수 발령과 함께 이 둘은 멀리 떨어지고 만다. 두향은 이황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분매와 함께 편지를 보낸다. 두향을 향한 퇴계의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는 그의 유명한 유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퇴계는 그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도 그녀가 보내온 매화분(梅花盆)을 가리키며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고 할 정도로 두향과 매화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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