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1972년 '성장의 한계’에서 우려한 경로를 계속 밟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언스플래시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은 인류가 환경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성장을 계속 추구할 경우, 지구촌은 50년 또는 100년 안에 식량과 자원 고갈, 오염으로 경제, 사회,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컴퓨터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MIT가 개발한 ‘월드3’라는 시스템 역학 모델에 기술 발전과 비재생가능 자원, 사회적 우선순위에 관한 여러 가정을 토대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1972년 ‘성장의 한계’ 표지.출간 당시 충격적인 결론을 두고 지나치게 종말론적인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이런 경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후속 연구들이 몇차례 나왔다. 월드3 모델이 제시하는 경로의 골자는 2020년을 전후해 인류 복지 지표 개선은 중단되고 2030년부터는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이다. ‘월드3’의 원조격인 제이 포레스터 MIT 교수의 ‘월드원’ 모델도 당시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생활’은 2040년께 무너질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성장의 한계’가 발간된 지 약 50년이 흐른 지금도 인류는 같은 경로를 가고 있을까?
국제 회계 컨설팅업체 케이피엠지(KPMG) 연구진이 최신 데이터를 월드3 모델에 돌려본 결과, 2040년 문명 몰락(붕괴)을 경고하는 1970년대 초반의 시나리오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만 월드3 모델에서의 몰락은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아닌 경제와 산업 성장의 중단과 쇠퇴를 뜻한다.
예일환경대학원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산업생태학저널(Journal of Industrial Ecology) 6월호에 실린 이 연구는 ‘성장의 한계’에서 사용한 12개 시나리오 중 4개를 현재의 데이터와 비교해 평가한 것이다.
논문 저자인 가야 헤링턴(Gaya Herrington) 내부감사·기업리스크 자문 이사는 “사회 붕괴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이 오늘날의 데이터와 가장 가까운지 알아보고 싶던 중 1970년대 베스트셀러였던 월드 모델을 최근의 실증 데이터와 비교한 연구가 없다는 걸 알고 직접 내가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10가지 핵심 변수와 관련한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10가지는 인구, 출산율, 사망률, 산업 생산, 식량 생산, 서비스, 비재생가능 자원, 오염, 인간 복지, 생태발자국이다. 이 가운데 인간 복지와 생태발자국은 2004년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에서 추가된 변수다.
그 결과 데이터들이 4개 시나리오 중 두개의 시나리오와 가장 일치한다는 걸 발견했다. 하나는 ‘계속성장2’(BAU2=business as usual 2), 다른 하나는 ‘종합기술’ (CT=comprehensive technology) 시나리오다. 그는 “계속성장2 및 종합기술 시나리오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안에 성장이 멈춘다는 결론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과 같은 방식, 즉 지속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뜻한다.
‘계속성장2’는 자원 고갈을 초래하는 ‘계속성장’(BAU) 시나리오에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오염 문제가 추가된 경우, ‘종합기술’은 오염 저감, 농업 생산 증대, 자원 효율 제고 등 기술적 해법을 추진하는 경우다. 4개 시나리오 중 나머지 하나는 ‘안정세계’(SW=stabilized world) 시나리오다. 기술적 해법에 덧붙여 인류가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꾼 경우다. 예컨대 적정 가족 규모를 줄이거나 산업생산을 조절하고, 보건 및 교육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가치와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사태 악화를 피하는 유일한 시나리오다.
- “기술 발전이 이뤄져도 10년 후 성장은 끝나”
‘계속성장2’와 ‘종합기술’ 두 시나리오는 특히 세계 경제가 단지 성장을 멈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쇠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온실가스를 포함한 오염 사태에 직면하는 ‘계속성장2’ 시나리오에선 사회 붕괴 양상의 출현도 예상했다.
헤링턴은 “전에 없는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계속성장’ 모델은 이번 세기 안에 산업자본과 농업 생산, 복지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계속성장2’ 시나리오에서 그런 양상이 급격히 전개되는 시기는 2040년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종합기술 시나리오에서도 역시 이 무렵에 경제 쇠락이 시작된다. 그러나 기술적 해법 덕분에 사회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두 시나리오는 10년 후 성장 종말을 예고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후 하락 추세는 ‘계속성장2’ 시나리오가 훨씬 뚜렷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안정세계’는 지금의 데이터들과 맞지 않았다. 안정 세계는 기술 혁신과 공중 보건, 교육에 대한 대대적 투자에 힘입어 문명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고 경제의 성장 감소폭도 가장 적은 경로이지만 현재의 데이터들은 이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 아직 선택 여지 있으나 기회 창 빨리 닫혀
이번 연구 결과는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함께 담고 있다. 나쁜 소식은 지속적인 성장은 이룰 수 없는 걸 꿈꾸는 헛된 일이라는 것이며, 좋은 소식은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경로를 바꾸면 붕괴 위험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링턴은 “기술 발전과 공공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경우 문명은 붕괴의 위험을 피해 안정을 찾고 새로운 번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때까지 남은 시간은 약 10년이다. 헤링턴은 온라인 미디어 ‘마더보드’ 등에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점은 선택의 여지는 여전히 있으나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한겨레신문 2021.8.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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