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은 24절기 중 18번째 절기이며,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로 아침저녁 점점 쌀쌀해지기 시작한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또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도 상강 전후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의 들에서는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벼를 베고 타작을 하며, 벼를 베어낸 논에는 다시 이모작용 가을보리를 파종한다. 누렇게 익은 종자용 호박을 따고, 밤·감과 같은 과실을 거두어들이며, 조·수수 등을 수확한다. 된서리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 고추와 깻잎을 따고, 다시 고구마와 땅콩을 캔다. 제주도에서는 조 이삭은 상강 넘으면 더 안여문다(고로 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는 말(맛이 없어진다)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군령권을 상징하는 군기(軍旗)인 둑(纛) 앞에서 경칩과 상강 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둑제(纛祭)라고 하는데, 소사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행면에서는 격식을 한 단계 올려서 제수도 다른 소사보다 더 풍성하게 차리고 제관도 한 직급 올려서 병조판서가 맡았다고 한다.
예로부터 단풍이 절정에 이르고 국화가 활짝 피는 늦가을인 상강 이맘때 향긋한 향을 느낄 수 있는 국화차, 국화주, 국화전을 먹었다. 국화는 두통을 완화하고 침침한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감국(甘菊)'이라고 불리는 노란 국화로 만든 국화차는 지방간 예방에 좋은 콜린,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로 쓰이는 아데닌이 풍부하여 이때 마시면 좋다. 국화전은 기름을 두른 번철에 여러 색의 국화꽃을 얹은 쌀이나 밀가루 등 각종 반죽을 놓고 지져 먹는다. 그 밖에 국화주를 빚어 마시기도 하고, 화채를 비롯한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감은 비타민CㆍA, 탄닌, 칼륨과 마그네슘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고혈압 예방에 좋아 이를 말려 곶감과 홍시를 만들어 먹고, 살이 쪄 통통한 게와, 추어탕으로 몸의 따뜻한 기운을 보강했다고 한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이를 보면 상강 무렵엔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쓸모없는 부지깽이도 필요할 만큼 바쁘고 존귀하신 대부인까지 나서야 할 만큼 곡식 갈무리로 바쁨을 나타낸 말들이다. 또 이때부터는 슬슬 겨우살이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옛 사람들은 “상강(霜降)”엔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으며,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른데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뀐다고 하였다. 또한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 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이다.
조선 중기 문신 권문해(權文海)의 "초간선생문집(草澗先生文集)"에 나오는 상강 기록을 보면,
“한밤중에 된서리가 팔방에 두루 내리니, 숙연히 천지가 한번 깨끗해지네. 바라보이는 산 모습이 점점 파리해 보이고, 구름 끝에는 기러기가 놀라 나란히 가로질러 가네. 시냇가의 쇠잔한 버들은 잎에 병이 들어 시드는데, 울타리 아래에 이슬이 내려 찬 꽃부리가 빛나네. 하지만 근심이 되는 것은 늙은 농부가 가을이 다 가면, 때로 서풍을 맞으며 깨진 술잔을 씻는 것이라네”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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