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처서

nyd만물유심조 2022. 8. 17. 09:57


처서(處暑)는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이며 ‘곳 처(處), 더울 서(暑)’로 더위를 처분한다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여름이 지나면서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로, 더위가 그친다, 머문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더웁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한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처서때 농사의 풍흉에 대한 농부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농점(農占)도 다양했다.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한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를 두고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 라고 한다.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맑은 바람과 왕성한 햇살을 받아야 하는데 비가 내리면 나락에 빗물이 들어가고 결국 제대로 자라지 못해 썩기 때문이다. 이는 처서 무렵의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들이다.

처서비에 대해 경남 통영에서는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감하고,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백석을 감한다.’라고 한다. 그만큼 수확할 수 있는 곡식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전북 부안과 청산에서는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고 한다. 예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해 비가 내리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기 때문으로 그만큼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 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유래된 말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예전의 부인들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이 무렵에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고 한다. 이 속담처럼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또 처서가 지나면 "참외맛이 없어진다", "대추가 맺힌다" 라고 한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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