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立秋

nyd만물유심조 2022. 7. 28. 21:33


입추는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는 8월 7~8일 무렵이고, 음력으로는 7월인데, 태양의 황경(黃經)이 135도에 있을때이다.
대서(大暑)와 처서(處暑)의 사이에 들어 있으며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입추 때 가장 덥기도 하다. 태양의 황경이 90도인 하지 일 때가 제일 더워야 하지만 입추에 더 더울 때가 많다.
이 무렵에는 김매기도 끝나가고 농촌도 잠시 한가해지기 시작하므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예전엔 입추때 날씨를 보고 점을 쳤는데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萬穀)이 풍년이라고 여기고,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다. 또한 천둥이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해 봄에 소와 염소가 죽는다고 점친다.

입추가 지난 뒤에도 늦더위가 있지만 밤에는 서서히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따라서 이때부터 농촌에서는 참깨·옥수수를 수확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한다.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해 논에서는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방비로 분주하다.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 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아직 남아 있는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하는 시기로 이 때부터 처서 무렵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바다에서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리 현상이 발생해 서남해안 지역의 저지대가 침수,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한다.

입추 무렵의 풍속으로는 '기청제(祈晴祭)'가 있다. 예부터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으로 여겼다. 해서 각 고을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늘에 기청제를 지냈는데, 성문제(城門祭)·천상제(川上祭)라고도 한다. 즉 비가 닷새 또는 보름 동안 계속해서 내리면 조정이나 고을에서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제를 올렸던 것이다.

그런데 옛사람들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이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것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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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 / 홍사성 시인

마지막 불볕 등짝 지져대는 한낮
삼복더위 견뎌낸 푸른 나락 익어간다

짝짓기 기다리는 쓰르라미소리에
시금털털 햇과일은 은근하게 맛드는 중

내일부터는 잃었던 웃음 보여주라고
겨드랑이 밑으로 찬바람도 분다

문득,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보니
새털구름 높이만큼 찾아온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