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서, 태양 황경이 270도가 되는 때이다. 이때 태양은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데, 대한민국, 독일 등과 같은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며 추위는 대략 이 무렵부터 강력해지기 시작한다.
동지를 지나면서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예전엔 많은 곳에서 축제일, 또는 1년의 시작일로 삼았던 것이다. 즉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처럼,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이것은 옛날에 동지 (옛날 서당은 이 날에 입학하였다)를 정월(正月)로 삼은 풍속에 따른 것이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어른들은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동국세시기" 11월 월내조에는 “충청도 홍주 합덕지에 매년 겨울이 되면 얼음의 모양이 용이 땅을 간 것 같이 되는 이상한 변이 있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언덕 가까운 쪽으로 세로 갈아나간 자취가 있으면 이듬해는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복판을 횡단하여 갈아나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혹 갈아나간 흔적이 동서남북 아무 데로나 종횡으로 가지런하지 않으면 평년작이 된다고 했다. (참고로 동짓날 연못의 갈라진 얼음의 모습이 마치 쟁기로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용갈이[龍耕]이라고 한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부적으로 악귀를 쫓는다 하여 뱀 ‘蛇(사)’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한다.
관가에서는 궁중 안에 있는 내의원(內醫院)에서 소의 다리를 고아, 여기에 백강(白薑), 정향(丁香), 계심(桂心), 청밀(淸蜜) 등을 넣어서 약을 만들어 올렸는데 이 약은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에 몸을 보하는 의미였다고 한다. 또, 동짓날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다.
- 동지팥죽 이야기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團子), 즉 새알심을 만들어 넣어 끓인다. 단자는 새알만한 크기로 하기 때문에 ‘새알심’이라 부른 것이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祀堂)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었다. 동짓날의 팥죽은 시절식의 하나이면서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축귀(逐鬼)하는 기능이 있다고 보아 집안의 여러 곳에 놓고 집안에 있는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었으며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고 본 것이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믿었고,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다.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축귀 주술행위의 일종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팥떡·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짓달(음력11월)에 동지가 초승(1~10)에 들면 애동지, 중순(11~20)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21~29)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특히 "애동지”에는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팥죽을 쑤어 먹지 않고 대신 팥 시루떡을 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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