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투르크어, 몽골어, 일본어와 함께 9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지금의 중국 동북부에 살던 농경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그보다 훨씬 뒤에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전 세계로 이주하면서 비슷한 체계를 가진 언어들이 퍼졌다고 알려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의 마티너 로비츠 박사 연구진은 “언어학과 고고학, 유전학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유럽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트랜스유라시아 어족(語族)이 신석기 시대에 중국 랴오강(遼河,요하) 일대에서 기장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이주 결과임을 확인했다”고 11월1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독일과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10국 언어학자, 고고학자, 유전생물학자 41명이 참여했으며, 한국외국어대의 이성하 교수와 안규동 박사, 동아대의 김재현 교수, 서울대의 매튜 콘테 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도 논문에 공저자로 등재됐다.
트랜스유라시아 어족은 알타이 어족이라고도 한다. 서쪽의 투르크어에서 중앙아시아의 몽골어와 시베리아의 퉁구스어, 동아시아의 한국어, 일본어로 구성된다. ‘보글보글, 부글부글’처럼 앞 음절의 모음과 뒷 음절의 모음이 같은 종류끼리 만나는 모음조화가 나타나고, ‘나는 밥을 먹는다’처럼 주어, 목적어, 서술어 순으로 말을 한다. ‘예쁜 꽃’처럼 수식어가 앞에 오는 것도 특징이다.
트랜스유라사이아 어족은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지르는 방대한 언어집단임에도 불구하고 기원과 확산 과정이 불명확해 학계에서 논쟁의 대상이 됐다. 로비츠 교수 연구진은 고대의 농업과 축산 관련 어휘들을 분석하는 한편, 이 지역의 신석기, 청동기 시대 유적지 255곳의 고고학 연구 결과와 한국과 일본에 살았던 초기 농경민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까지 비교했다.
연구진은 모든 정보를 종합 분석한 결과, 약 9000년 전 중국 요하 지역에서 기장을 재배하던 트랜스유라시아 조상 언어 사용자들이 신석기 초기부터 동북아 지역을 가로질러 이동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석기시대 한국인과 일본인 유전자 일치.
이번 ‘농경민 가설’에 따르면 트랜스유라시아 조상 언어는 북쪽과 서쪽으로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로 확산됐고,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3000~4000년 전 동부 초원지대에서 발원한 유목민이 이주하면서 트랜스유라시아어가 퍼졌다는 ‘유목민 가설’을 뒤집는 결과이다.
로비츠 교수는 “오늘날 국경을 넘어서는 언어와 문화의 기원을 받아들이면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다”며 “인류사의 과학은 언어와 문화, 사람의 역사가 상호작용과 혼합의 확장의 하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성하 한국외대 교수는 “각 분야의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종합 분석해 트랜스유라시아어가 목축이 아닌 농업의 확산에 따른 결과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라며 “우리나라 욕지도에서 나온 고대인의 DNA 분석을 통해 중기 신석기시대 한국인 조상의 유전자가 일본 토착민인 조몬인(繩文人)과 95% 일치한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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