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水菊)의 색상은 너무도 많다. 순백, 핑크, 연분홍, 연노랑, 빨강, 파랑, 남색, 청록, 연녹색, 하늘색, 연두, 연보라, 청보라, 진보라, 자주색등 미묘한 배합(配合)과 농담(濃淡)과 점층(漸層)이 한 송이 안에서 시시각각 조화를 나타내고 있다.
수국(水菊)의 자태는 나비가 떼 지어 꽃으로 피어난 것처럼, 색색의 설탕물을 들인 솜사탕처럼, 여백을 주지 않고 탐스럽게 피어 주변의 것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귀함이 있다.
수국의 원래 이름은 여러 개이다. 당나라 대시인 백거이는 어느 절간에서 수국을 처음 보고 쓴 시에서 자양화(紫陽花)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보랏빛 태양의 꽃이란 뜻이다. 중국에선 수구화(繡毬花)라고도 한다. 비단으로 수놓은 공이란 뜻이다. 또 색이 변한다 하여 팔선화(八仙花), 칠변화(七變花)라는 별명도 있다. 수국(水菊)의 수는 물이다. 학명은 ‘하이드랜지어(hydrangea)’이며 라틴어로 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변심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를 갖고 있다. 꽃의 색깔에 따라 하얀 수국은 변심, 보라는 진심, 파랑은 냉정, 빨강은 처녀의 꿈이라는 꽃말을 붙인다.
수국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두 가지 식물학적 비밀이 있다. 바로 색깔과 생식이다. 사람들은 수국의 색이 변화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수국은 일반적으로 노란색이 도는 흰색으로 피기 시작해 점차 청색이 되고 여기에 붉은 색을 더해 보라색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토양의 성분 때문이다. 즉 중성 토양에선 하얀 색이, 산성이 강한 흙에서는 파란 색이, 알칼리성에선 빨간 색이 돋아난다. 자연의 리트머스 페이퍼다. 수국에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과 토양 속의 알루미늄 이온이 조화를 부리는 것이다. 알루미늄 이온이 산성과 알칼리성 흙에서 녹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밭에서도 수국마다 색이 변화무쌍하고, 한 그루에서도 뿌리의 길이나 수분 흡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색으로 핀다.
당연히 땅의 성질을 바꾸면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얻을 수가 있다. 파란 수국을 사와서 계란껍질을 곱게 갈아 화분에 뿌리면 붉은 꽃으로 변해가고 수국 주위에 백반을 묻으면 흰색의 꽃이 푸르게 변한다. 이를 알아본 선조들은 수국의 색을 보고 퇴비량을 조절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비밀은 수국은 사실 거짓꽃이라는 것이다. 즉 위화(僞花), 헛꽃이다. 수국은 종류가 무척 많지만 일반적으로 숲에서 자생하는 산수국 종류와, 꽃집에서 흔히 보는 풍성한 관상용 수국이 있는데 후자는 일본에서 개량한 것이다.
산수국의 참꽃(有性花)은 가운데 몰려있는데 작고 꽃잎이 퇴화해 볼품이 없어 벌과 나비를 유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자리에 크고 예쁜 꽃(無性花)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건 꽃받침이 변형된 것이지 엄밀히 말하면 꽃이 아니다. 그걸 보고 내려앉은 벌나비가 참꽃에 있는 암술과 수술을 수정시켜 주는 것이다. 꽃가루받이가 이뤄지면 꽃받침은 뒤집어지며 말라 죽고 열매가 영글기 시작한다. 기가 막힌 분업이자 협업이다.
그런데 일본이 개량해 관상용으로 널리 퍼진 수국은 산수국의 진짜꽃 부분을 완전 퇴화시키고 꽃받침만 풍성하게 피어나도록 한 것으로 유성화는 없애고 무성화만 남게 한 것이다. 거세된 수국은 수정을 못하니 삽목을 해서 번식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생종인 산수국, 탐라산수국, 등수국, 바위수국 등은 종자로 번식시킨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포(菖蒲) (0) | 2021.05.28 |
---|---|
치매의 초기 징후 10가지 (0) | 2021.05.24 |
소만 (0) | 2021.05.20 |
아카시아나무 꽃의 전설 (0) | 2021.05.20 |
佛紀 2565년 부처님 오신 날 (0) | 2021.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