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5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에서 크리켓 스타 출신 임란 칸(65) 총재가 이끄는 제2야당 파키스탄 정의운동당(PTI)이 여당을 누르고 압승하며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월27일 PTI가 269석 중 114석을 차지해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석에 대한 개표는 지연되고 있지만, 선거 결과 구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당이었던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은 63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제1야당이었던 파키스탄 인민당(PPP)은 39석을 획득하며 제2 야당으로 전락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연방 하원의원 342석 중 여성과 소수종교 할당석 70석을 제외하고 272석을 두고 실시됐으나, 지역 사정으로 3개 선거구는 선거가 연기돼 총 269석에 대한 투표가 실시됐다. 선거 투표율은 등록 유권자 1억 600만명 중 50~5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PTI는 PML-N과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을 깨고 압승했다. 다만 과반의석(137석)은 확보하지 못해 연정 구성이 불가피하다. PTI 대변인은 무소속이나 소수 정당 후보자들과 연정 구성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밝혔다.
칸 총재는 7월26일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수도 이슬라마바드 교외에 있는 자택에서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성공했고, 신임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결과가 조작된 것이라며 비판하는데 대해 "이제까지 파키스탄 선거 가운데 가장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였다"고 일축했다. PTI를 제외한 정당들은 PTI가 군부의 지원을 받아 유리한 선거를 치렀다며 비판하고 있다.
칸은 외교정책과 관련해선 주변국 및 미국과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도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 문제 해결하기 위해 인도와 협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칸이 이끌어 가야 할 파키스탄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파키스탄의 통화인 루피화 가치는 20%가까이 하락했고,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고 있으며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새 정부가 2013년 이후 2번째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원조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칸이 총리가 되면 이슬람 과격파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칸은 독실한 이슬람교도로 알려져있다.
이번 선거는 파키스탄이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2번째 민주적 권력 이양이라는 의미가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71년동안 군부 쿠데타에 의한 정권교체 등 정치적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군부가 이번 선거에서 PTI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군부에 의한 정권교체 아니냐는 비난 여론도 강하다. 칸 대표는 군부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파키스탄 총선은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는다. 이는 파키스탄 인구는 2억명을 넘어 거대한 성장성을 가진 개발도상국인데다, 인도 및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집권 정당의 성향에 따라 주변지역의 정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앙숙 관계인 파키스탄과 인도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양국간 분쟁이 발생하면 전 세계에 핵 재앙이 될 수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미국의 대테러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