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데이터처는 3월5일 '국민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고용·임금, 소득·소비·자산, 건강, 여가 등 삶의 질과 관련된 11개 영역 71개 지표가 반영됐는데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2년 연속 제자리 수준을 보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2년 연속 상승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일상생활에서 우울과 걱정을 느끼는 정도도 3년 만에 다시 악화했다.
2024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6.4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 만족 정도를 0~10점 척도로 측정하는 지표다.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2020년 6.0점에서 2022년 6.5점까지 상승했지만 2023년 6.4점으로 소폭 하락한 이후 2년째 동일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만족도 격차도 뚜렷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삶의 만족도는 5.8점으로 평균보다 0.6점 낮았다. 월 소득 100만~200만원 미만 가구와 200만~300만원 미만 가구는 각각 6.2점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가구는 6.4~6.5점 수준으로 평균과 같거나 그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행복보고서 기준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위치는 낮았다. 2022~2024년 기준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6.04점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3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조사(2021~2023년)와 같은 순위다. 전체 조사 대상 147개 국가 가운데서는 58위로 나타났다.
가족관계 만족도는 2024년 63.5%로 2022년 조사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사회적 고립도는 33.0%로 2023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사회단체 참여율은 52.3%로 전년보다 5.9%포인트 감소했다.
정부와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49.6%로 3년 연속 하락하면서 50%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대인 신뢰도는 55.7%로 전년보다 3.0%포인트 상승해 감소 흐름이 멈췄다.
자살률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전년보다 1.8명 증가하며 2년 연속 상승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1년 31.7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살률은 2011년 이후 감소 흐름을 보이다가 2017년 24.3명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성별 격차도 컸다. 2024년 남성 자살률은 41.8명으로 여성 16.6명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자살률은 높은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자살률은 22.6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슬로베니아(17.5명)보다도 큰 격차를 보였으며 대부분 국가의 자살률은 10명 안팎 수준이라는 것이 국가데이터처의 설명이다.
우울과 걱정을 나타내는 부정정서는 2024년 3.8점으로 전년보다 0.7점 상승했다. 부정정서는 2022년 4.0점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3년 만에 다시 악화했다. 연령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부정정서가 높은 경향도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4.0점으로 가장 높았고 20대(19~29세)는 3.6점으로 가장 낮았다. 소득 기준으로는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이 4.2점으로 가장 높았고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3.7점으로 가장 낮았다.
행복감을 나타내는 긍정정서는 같은 기간 6.8점으로 0.1점 상승했다. 긍정정서는 연령이 낮고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경향을 보였다.
경제 지표에서는 일부 개선이 확인됐다. 2024년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은 4381만원으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은 같은 기간 0.4%포인트 상승해 15.3%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66세 이상 고령층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두드러졌다. OECD 국가 가운데 고령층 빈곤율이 30%를 넘는 나라는 한국과 라트비아, 뉴질랜드 등 3개국뿐이다.
주거와 고용 지표도 일부 악화했다. 2024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3.8%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69.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65.1%까지 떨어졌던 취업률은 이후 3년 연속 상승해 2023년 70.3%까지 회복했지만 다시 감소했다.
보고서는 특히 40대의 건강과 삶의 질 지표 악화를 지적했다. 2024년 40대 비만율은 44.1%로 전년보다 6.4%포인트 상승하며 전체 평균 38.1%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20대는 0.1%포인트 감소했고 30대는 1.9%포인트, 50대는 2.5%포인트 각각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60세 이상은 1.7%포인트 상승했다.
자살률 증가 폭도 40대에서 가장 컸다. 40대 자살률은 전년보다 4.7명 증가했다. 30대는 3.9명, 50대는 4.0명 각각 증가했지만 상승 폭은 40대보다 작았다. 반면 70대는 3.4명 감소했고 80세 이상은 6.1명 감소했다.
사회단체 참여율 역시 40대에서 가장 크게 감소했다. 2024년 40대 사회단체 참여율은 전년보다 8.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