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는 최근 게재된 연구에서 미국 록펠러대 단일세포 유전체학 및 집단 역학 연구실 주니웨 차오 교수팀은 21개 장기에서 약 700만 개 세포를 분석해, 노화가 예상보다 이르게 시작되며 전신에서 동기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생후 1개월(젊은 성체), 5개월(중년), 21개월(노년)에 해당하는 생쥐 32마리에서 21개 조직을 채취해 총 700만 개에 가까운 세포를 분석했다. 사람의 연령에 단순 대응할 수는 없지만, 젊은 성체에서 중년, 노년으로 이어지는 생애 전반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비교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에는 '단일세포 ATAC-seq'이라는 기술이 활용됐다. 세포 안에서 DNA가 얼마나 열려 있는지(접근 가능한지)를 측정해,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될 준비가 돼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이다. 쉽게 말해, 세포의 '작동 설계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들여다본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1800개가 넘는 서로 다른 세포 아형을 구분해냈다. 일부는 기존에 충분히 정의되지 않았던 희귀 세포 집단이었다.
분석 결과, 기존 인식이 일부 뒤집어졌다. 그동안 노화는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는 과정으로 주로 이해돼 왔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체 세포 유형의 약 4분의 1이 나이가 들면서 '수' 자체가 유의하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부 근육세포와 신장세포 집단은 감소한 반면, 면역세포는 크게 증가했다. 단순한 기능 저하가 아니라, 세포 구성 자체가 재편된다는 뜻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런 변화가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생후 5개월 단계, 즉 중년기에 해당하는 시점에서 이미 일부 세포 집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노화가 노년기에 갑자기 시작되는 현상이 아니라, 발달 과정과 연속선상에 있는 점진적 변화라고 해석했다.
또 하나의 핵심 발견은 '동기화'다. 서로 다른 장기에서 비슷한 세포 상태 변화가 동시에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노화가 장기별로 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신적 신호에 의해 조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혈액을 통해 순환하는 물질 등이 이런 조율에 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 차이도 뚜렷했다. 노화와 관련된 변화의 약 40%가 남성과 여성에서 다르게 나타났다. 가령, 여성에서는 노화 과정에서 면역 활성화가 더 광범위하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여성에서 자가면역질환 유병률이 높은 현상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가능성 제시에 해당하며,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세포 수 변화뿐 아니라 유전체 수준의 변화도 분석됐다. 연구진은 약 130만 개의 유전체 영역을 조사했고, 이 중 약 30만 개에서 노화와 관련된 유의한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약 1000개 영역은 다양한 세포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변화했다. 이들 영역은 면역 기능, 염증, 줄기세포 유지와 연관된 유전자 조절 부위와 연결돼 있었다. 이는 노화가 단순한 무작위적 유전체 손상이 아니라, 특정 조절 '핫스폿'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체계적 변화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와의 비교를 통해, 면역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이번 연구에서 관찰된 세포 변화와 유사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사이토카인을 조절하는 약물이 전신에 걸친 노화 과정을 늦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향후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연구진이 노화 변화를 정밀 분석한 단일세포 아틀라스는 공개 플랫폼(epiage.net)을 통해 연구자들에게 제공된다. 노화 메카니즘 규명과 향후 표적 치료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