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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61년만에 정권 교체

nyd만물유심조 2018. 5. 10. 21:10

 

 

 

5월10일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 희망연대(PH)가 전날 치른 총선 개표 결과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PH는 전체 222석 중 113석을 차지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친PH 성향인 와리산당은 8석을 얻었다. 나집 라작 총리가 이끄는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연합 국민전선(BN)은 79석을 얻는 데 그쳐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 이후 61년 만에 처음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조만간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그는 92세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을 제치고 현역 최고령 국가 정상으로 등극하게 됐다.

그는 총선 승리를 선언하면서 "우리는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법치를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의 부패 스캔들을 부각시키는 '적폐 청산'보다는 경제 활성화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자칫 나집 총리를 몰아세우면 장기 집권해온 여당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직전까지 BN 재집권이 유력했다. 나집 총리가 국가기금을 둘러싼 대규모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렸더라도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으로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성해 PH가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나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비리 혐의에 시달린 데다 경제까지 좋지 못하자 '텃밭'인 농촌 지역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아울러 BN의 상품서비스세 도입도 서민이 등을 돌리게 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지 언론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가난한 농업 국가를 제조업 강국으로 변모시켰던 마하티르 전 총리가 경제 침체 상태인 말레이시아를 되살릴 수 있다는 열망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15년 만에 총리에 복귀하는 마하티르 전 총리에 대한 평가는 '국부(國父)'와 독재자로 극명하게 갈린다. 말레이시아 산업화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공(功)과는 별개로 인권 탄압 등 과(過)가 동시에 따라다니고 있다.

1925년 영국 식민 치하 말레이반도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의사가 된 그는 1957년 말레이시아 독립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7년 여당 소속으로 처음 의회에 진출한 마하티르의 초기 정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내 비주류였던 그는 1969년 툰쿠 압둘 라만 당시 총리가 중국계의 경제적 지배에 짓눌린 말레이계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다가 정계에서 축출됐다.

 

하지만 바로 반전이 일어났다. 마하티르는 1972년 툰쿠 총리가 사임한 뒤 복귀해 각 부처 장관과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결국 1981년 후세인 온 당시 총리가 건강 악화로 사임하자 총리직을 승계했고, 이후 2003년까지 무려 22년간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총리 재직 당시 그는 경제성장을 먼저 이뤄낸 한국과 일본 사례를 배워야 한다는 '룩이스트(Look East)' 정책과 말레이시아를 202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겠다는 '와와산 2020' 등을 주창하며 강력한 국가 주도 경제 발전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말레이시아는 1990년대 들어 신흥 공업국 대열에 올라섰고, 국내총생산(GDP)은 1981년 250억달러(약 27조원)에서 2003년 1100억달러(약 120조원)로 급격히 증가했다. 빈곤 가구 비율도 35%에서 5%대로 떨어졌다. 특히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측 권고를 일축하고 고정 환율제 채택, 외국 자본 유출 금지 등 독자적 조치로 경제를 회복한 것도 높이 평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정희식 개발독재' 모델을 추앙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지체해도 된다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2003년 이후 퇴임한 마하티르 전 총리는 기업가와 재단인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막후에서 정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집 총리 후견인이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나집 총리에 대한 부패 스캔들이 터지자 그와 결별했다. 나집 총리 퇴임 운동을 주도했던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16년 여당에서 축출됐으며, 지난해 말 야당 후보로 추대됐다. 고령인 마하티르가 언제까지 총리 자리에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성애 혐의로 투옥된 야권의 실질적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다음달 석방되면 적당한 시점에 총리직을 이양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마하티르가 총리직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한 안와르 이브라힘 전 재무장관은 국수주의 성향의 마하티르와 달리 개방주의자다. 그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마하티르도 과거의 입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