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황산대첩에 얽힌 이야기.
고려 말에 왜구가 빈번하게 침입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삼남지방의 피해가 막심하였다. 1380년 일본의 장수 아지발도(阿只拔都)가 군사 5,000여 명을 이끌고 전라도에 침입하였다. 아지발도라는 왜장은 나이 15, 6세밖에 안되는 미소년이었다. 그는 창검을 쓰는 기술이 매우 뛰어나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지방을 수비하는 장수들은 조정에 위급함을 알리는 상소를 빗발치듯이 올리며 도움을 청하였다. 우왕은 장군 이성계를 삼남 병마도통사로, 정몽주를 조전 원수로 삼아서 급히 내려보냈다. 이성계가 전라도 남원 운봉 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적들과 마주쳤다. 적장 아지발도는 어린 미소년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철갑옷에 철창을 비껴들고 진 밖으로 나서는 모양이 실로 당당한 대장부였다. 이성계와 아지발도는 각각 진을 치고 싸움을 시작하였다.
고려군의 선봉 이지란은 아지발도의 나이가 어리고 용모가 수려한 것을 보고, 그의 무예를 가볍게 여기고 홀로 달려나가서 접전을 벌였으나 그의 창검술을 당해 내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장수들도 계속 덤볐으나 아지발도에게 이겨내지 못하고 후퇴하거나 죽었다. 고려군은 점차 사기가 저하되어 주춤하면서 제대로 전투를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본 이성계는 화를 삭이지 못하여 곧장 활을 당겨 아지발도의 얼굴을 향하여 쏘았다. 그러나 아지발도는 날아오는 화살을 칼로 받아쳐서 부러뜨렸다. 계속 활을 쏘았으나 그는 민첩하게 칼로 막아내거나 피하였고 그러는 와중에도 고려군을 끊임없이 공격하여 쓰러뜨렸다.
이성계는 꽹과리를 쳐서 군사를 불러들여 숨을 돌리게 한 뒤, 여러 장수들과 작전 회의를 가졌다. “내 보니 그 소년은 비상한 인물이어서 죽이긴 참 아깝소. 그러나 항복할 것 같지는 않으니, 꾀를 써서 그를 이기도록 합시다.” 라며 이지란에게 약간의 지시를 내렸다.
이튿날이 되자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성계는 활을 잘 쏘는 사수 3, 4명을 시켜 아지발도를 쏘라고 명하고, 자신은 이지란과 함께 진지 뒤에서 전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지발도가 날아드는 화살을 창으로 치고 피하기에 바쁜 틈을 타서 이지란이 그의 투구를 향해서 화살을 쏘았다. 아지발도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서 입을 벌렸다. 그 순간을 기다려 이성계가 화살을 쏘니 화살이 그의 목구멍을 꿰뚫었다. 결국 그는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 왜군은 땅 위에 고꾸라진 채 죽은 아지발도를 보자 감히 싸울 생각도 못하고 그의 시체를 거두어 황급히 달아나려고 했다. 이성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들을 추격하여 크게 승리하였다. 이성계가 황산전투에서 왜적에게 크게 승리한 것을 계기로 삼남 일대가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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