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달력의 숫자가 5월 5일 어린이 날이다. 예전에는 이날이 오면 아이들 등떠밀려 유원지라도 가야 하나, 선물은 무얼 사주나 마음부터 분주했는데, 이제는 집안에 감도는 고요함마저 정겨운 노년의 아침을 맞이한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문득 벽에 걸린 낡은 사진첩을 들춰본다. 우리가 금이야 옥이야 키웠던 그 조그맣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서, 이제는 제 자식을 낳아 우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 있다.
그때는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적어 늘 미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 부족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부모의 등 뒤에서 사랑을 먹고 참 단단하게도 자라주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제 자식의 재롱에 세상을 다 얻은 듯 웃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 위로 예전 우리들의 젊은 날이 겹쳐 보인다. 우리가 겪었던 그 고단함은 이제 희미한 훈장처럼 남았고, 손주 녀석의 통통한 볼과 맑은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다.
어려웠던 옛날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평온함이 더 깊고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우리 손을 거쳐 간 생명들이 또 다른 생명을 보듬는 이 장엄한 순환 속에 서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어린이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