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가운데 21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것이 대설(大雪)이다.
특히 음력 11월에 드는 대설과 동지는 한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여겼다.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지만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겨울이 깊어지는 대설은 농부들에게 있어 일 년을 마무리하며 새해를 준비하는 농한기로 매우 한가로운 시기를 보냈다.
요즘과 다른 대설의 풍경 또 하나는 바로 '메주 쑤기'이다. 특히 “대설에 메주를 쑤면 맛있게 익는다”고 하여 이맘때 메주를 만들었다. 콩을 푹 삶아 네모나게 만든 뒤 볏짚으로 묶어 만든 메주는 된장, 간장, 고추장 맛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정성을 다했다.
대설에 먹으면 좋은 음식은 귤, 곶감, 팥죽이 있다. 귤은 껍질을 말려 차를 끓여 마시는 등 다양하게 즐겼고 감은 껍질을 벗긴 후 햇볕에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쫀득한 식감과 달달한 맛을 지닌 훌륭한 겨울철 간식이었다. 그리고 흔히 팥죽이라고 하면 동지에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겨울이 시작되는 대설에도 따뜻한 팥죽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속담에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진다. 또 대설의 눈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이다.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 보면 다음과 같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11월이라(時維仲冬爲暢月)
대설과 동지 두 절기 있네(大雪冬至是二節)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麋角解)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鶡鴠不鳴蚯蚓結)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荔乃挺出水泉動)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
……(하략)……
조선조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은 산과 그 나무가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모습을 ‘만 그루 나무의 푸른 산이 모두 소복을 입었다(萬樹靑山皆被服)’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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