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는 24절기의 열다섯 번째로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켜서 이슬이 맺히는 계절이다. (9월7일 또는8일)
따라서 파란 풀잎에 하얀 이슬 즉 투명한 이슬이 맺혔다고 하여 백로라고 부른다. 하지만 하얀 이슬은 양력 9월이 아니더라도 8월이면 맺히기 시작하며, 습도가 높고 밤낮의 기온차가 크면 쉽게 나타난다.
백로(白露)는 만곡(萬穀)이 익어가는 계절로 논의 벼는 비록 늦게 심었어도 백로가 되기 전에 패어야만 제대로 여문다고 하였다. 백로가 지난 다음에 패는 나락은 미처 다 익기도 전에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어와서 제대로 결실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고 해서 이때까지 패지 못한 벼는 더 이상 크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한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한다. 경상도 섬 지방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十里) 천석(千石)을 늘인다.’고 하면서 백로에 비가 오는 것을 풍년의 징조로 생각하였다. 그외 속담으로는 '갈바람에도 곡식이 혀를 빼물고 자란다.' '팔월백로에 패지 않는 벼는 먹어도 칠월백로에 패지 않는 벼는 먹지 않는다.'등이 있다.
한편 백로 무렵이면 고된 여름 농사를 중단하고 추수 때까지는 잠시 일손을 쉬지만 더이상 풀이 자라지 못하는 시기이므로 조상 묘의 벌초를 한다.
"농가월령가" 8월령에서는 백로를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밤이면 이슬이 내려 온갖 곡식을 여물게 하고… (중략) 산호 같은 빨간 고추 열매를 집 처마에 널었으니 가을볕이 맑고 밝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백로(白露)에는 포도가 최고 맛있는 과일로 옛 편지에는 으레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시옵고’로 시작하였다가, 시절이 백로에 접하면 첫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옵고’로 변하였다. 이것은 바로 백로에서 추석까지가 포도의 절정이라는 즉 포도의 계절이라는 뜻이다. 포도의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다산(多産)을 의미하며 따라서 손이 귀한 집에 시집온 새색씨는 포도를 송이째 먹어 그 뜻을 이루고자 하였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의 백자(白磁)에 포도 문양이 많은데, 이것 역시 다산을 연상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포도백자를 내방(內房)에 두었던 주술(呪術)의 수단이었다.
제철 음식으로는 포도와 함께 배, 석류, 은행, 대하, 광어가 있다. 가을이 되면 몸에 지방질이 차면서 고소한 맛이 살아나는 전어, 구수하고 씹히는 맛이 독특한 청포묵, 녹두빈대떡 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 '송이는 백로에서 났다가 한로가 되면 녹는다'라고 하여 소나무 밭에서 송이가 나는 시기임을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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