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공기술연구단장(김철완) 팀은 자체 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인 ‘EAV-3’을 18.5km 고도의 성층권에서 90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8월25일 밝혔다.
EAV-3은 12일 오전 7시 20분경 전남 고흥의 항우연 항공센터를 이륙해 최고 고도 18.5km 하늘 위에서 90분을 체공한 뒤 오후 7시 50분경 출발 지점으로 귀환했다.
이번 비행으로 EAV-3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성층권 고도에 진입한 무인기가 됐다. 지금까지 성층권 비행에 성공한 무인기는 영국의 항공 기업 ‘키네티크’가 개발한 ‘제퍼’와 미국의 무인기 기업 ‘에어로바이런먼트’가 개발한 ‘헬리오스’ 두 종류뿐이다. 제퍼는 2주 이상 비행에 성공했으며 헬리오스는 단기 체공에 그쳤다.
일반 비행기는 비바람과 구름 등 날씨 변화가 있는 고도 10km 이내의 대류권에서 비행하지만 고고도무인기는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중간 영역을 비행하기 때문에 악천후와 상관없이 항상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또 인공위성은 하루 몇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갈 때만 관측이 가능하지만, 고고도무인기는 원하는 지역을 24시간 볼 수 있다. 고도 18km 이상에는 정해진 항로나 관제센터가 없어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EAV-3의 동체 길이는 9m, 날개 길이는 20m에 이르지만 가벼운 탄소섬유로 만들어져 무게는 53kg에 불과하다. 기체 아랫면에 1개, 윗면 사방에 4개 등 총 5대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비행하는 동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융교 항우연 공력성능연구팀장은 “지상 관제실에서 목적지와 속도 등을 지정해 주면 자율적으로 비행한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앞으로 성층권에서 EAV-3을 활용해 해양 및 지상 관측, 통신 중계, 대기자료 획득, 실시간 기상관측, 불법 어선 감시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성층권에서 태양광 무인기 성공 사례가 드문 건 일반 부품·장비가 성층권에서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성층권 온도는 영하 70℃까지 떨어지며 때문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나빠진다. 또 모터 등 동체 부품도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항우연은 배터리가 스스로 열을 발산하도록 설계했다. 또 열이 확산되는 경로마다 히터와 팬을 결합한 특수부품을 넣었다. 기체 내부 통로를 만들어 기체 전체에 온기가 흐르게 했다.
성층권은 공기밀도가 지상의 9%에 불과하다. 지상에선 어느 정도 이상으로 속도를 내면 기체를 밀어 올리는 양력(揚力)이 발생하는데, 밀도가 낮아질수록 양력도 줄어들므로 성층권에서 비행기가 떠있으려면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항우연은 프로펠러를 특수하게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날개 면적을 넓히고 단면적도 특수설계해 추력(推力)을 확보했고 초경량 탄소섬유 복합재를 사용해 무게(53kg)가 가벼우며 날개 면적 대비 무게도 일반 항공기의 10분의 1로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