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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 2018.3.6

nyd만물유심조 2018. 3. 6. 18:05

 

 

 

경칩(驚蟄)은 예로부터 완연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원래 뜻을 풀어보면 벌레(蟄)들이 깨어나는(驚) 날이란 뜻이다. 하지만 경칩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개구리'다. 경칩과 관련한 이미지들은 대부분 겨울잠에서 깨어나 목청높여 울어대는 개구리를 모티브로 한다. 이때 개구리들은 짝짓기를 하거나 알을 낳으며, 과거에는 이 알이 신경통 등에 좋다 하여 약으로 먹는 풍습도 있었다.

 

다른 벌레들보다 개구리가 특히 상징이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양서류인 개구리는 대단히 온도에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동면에서 깨어나 개구리가 활동하고 알을 낳는 것으로 향후 기후와 온도를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온도가 변화해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서 나왔다가 얼어죽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기상예측 장비가 없던 시절에는 중요한 관측 척도였던 셈이다.

 

그래서 경칩날에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듣고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는 '개구리울음점'이라는 것도 있었다. 조선중기의 학자 이수광이 쓴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峯類說)'에 의하면, 경칩 때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한해동안의 풍흉은 물론 수해(水害)와 한재(旱災)를 점쳤다고 나와있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서서들으면 그해 일이 많아 바쁘고, 누워서 들으면 편안히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민간전승도 함께 전해진다고 한다. 농한기인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기 전부터 일이 많아 돌아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그때 기후가 불안정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보통 조선시대에는 경칩에 농기구를 정비해 춘분에 올벼를 심었기 때문에 경칩 전후에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정에서는 이때 보통 한해 풍년을 비는 제사인 '선농제(先農祭)'를 지냈으며, 농가에서는 개구리울음점과 함께 그해 농사 풍흉을 예측하는 '보리싹점'을 쳤다고 한다. 보리의 싹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잘 자라 올라오면 풍년,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와함께 민간에서는 보통 경칩 전후 시기는 청춘남녀가 어울려 데이트를 하는 시기기도 했다고 한다. 가을에 은행나무 열매를 주워서 상호 간직하고 있다가 경칩날 은행나무를 돌면서 이를 먹으면 사랑이 결실을 맺는다는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