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련(許百鍊 1891~1977).
의재(毅齋), 의도인(毅道人)
첫째 그림 : 1940년에 그린 ‘추경산수’
단풍 든 절벽이 빈 강에 비치고/
아득한 푸른 하늘 아래 나룻배 떠 있는데/
남화경(南華經)의 추수(秋水)편을 펼쳐놓고 읽느라/
해질 녘 산의 푸르스름한 기운에 옷 젖는 줄도 몰랐구나
‘남화경’은 장자를 높여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둘째 그림 : 1940년에 그린 ‘추경산수’
숲 속 누군가의 집은 냇물 돌아가는 곳에 가깝고/
큰 나무는 바위 사이에 높이 우거졌는데/
낙엽은 비로 불어난 냇물에 모두 떠내려가고/
가을빛만 머물러 빈 산에 가득하구나
이 그림의 화제(畵題)는 원나라 때 화가 황공망(1269~1354)이 자신의 그림 ‘추산임목도’에 쓴 시를 옮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