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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分 (2017.9.23)

nyd만물유심조 2017. 9. 23. 08:19

 

 

 

 

 

사진:나사가 9월23일 추분을 맞아 '가을의 첫날'에 찍은 지구 사진을 올렸다.[사진제공=NASA]

 

 

추분부터 태양은 천구의 남반부로 내려가 동지 때 남회귀선(남위 23.5도)에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북상하여 춘분 때 적도에 다다르게 된다. 그래서 추분부터 동지까지 밤이 점점 더 길어지고 낮이 점점 더 짧아졌다가 동지부터 다시 낮이 점점 길어지고 밤이 점점 더 짧아져 춘분에 다시 밤낮이 같아진다. 추분부터 낮보다 밤이 더 긴 어둠의 시절이 시작되어 춘분까지 계속되는 셈이다. 천문학적으로는 추분부터 동지 전날까지를 가을로 친다.

 

추분 무렵부터 햇볕은 내려 쪼이나 작열하지는 않아 뜨겁지 않고 따라서 더 이상 늦더위도 없다. 이때의 햇볕은 따갑지만 살갗을 태우지는 않는다. “가을볕에는 딸을 쪼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쪼인다”는 속담은 이때의 뜨겁지 않은 따라서 피부를 그을리지 않는 부드러운 햇볕을 두고 한 말이다. “백로가 지나서는 논에 가볼 필요가 없다”는 속담처럼, 이 무렵은 벼꽃의 수정도 다 끝나고 따가운 가을볕에 벼가 영그는 일만 남아 있어 벼를 더 이상 돌볼 일도 없는 때다. 이 무렵에 호박고지, 박고지, 호박순, 고구마순, 깻잎 등을 거두어들이고, 산나물을 말려 묵은 나물을 준비한다.

 

추분부터 하늘은 높고도 푸르고, 바람은 선선하고 삽상하며, 대기가 건조하여 땅 위의 물이 마르고, 조석으로는 찬 기운이 스민다.

 

 

가을단상/권오범

 

찰떡같던 햇볕

추분이 다가오자

서름서름 미끄러져

구조조정으로 술렁이는 산골짝

이미 생명수 꼭지는 잠갔을 테고

바람마저 하루가 다르게

밥맛없이 굴어

이파리들이 우두망찰하고 있다

허공을 힘차게 가르던

말매미들 사랑 타령도

벼들의 황금빛 묵념으로

볼 장 다본지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