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은 6월4일 “한국인의 유전자와 뇌 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유전자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만든 뇌 지도를 통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2014년 7월부터 3년의 연구 끝에 치매 예측 진단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한국인 표준 뇌 지도’ 작성에 성공했다. 뇌 지도는 65세 이상 남녀 1000여 명의 뇌 MRI를 토대로 연령별 각 뇌 부분의 변형(위축) 정도를 정밀 측정해 만들었다. 또 진단 대상자의 뇌 영상과 해당 연령대의 한국인 표준 뇌 지도를 비교해 특정 부위의 축소 또는 확대가 기준치를 벗어나면 치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영상 분석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나이가 들면서 해마(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분)나 대뇌피질(인지 기능과 기억을 저장하는 부위) 등 뇌의 각 부분은 부피가 줄거나 변형되는 등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겪는다. 연구단은 치매 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특정 뇌 부위에서 이런 변화 폭이 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단은 의료진의 경험과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검사자의 뇌 영상 정보가 입력되면 연령대 표본 뇌 지도와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대, 조선대, 인하대, 전남대 병원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해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도울 예정이다.
연구단은 또 치매를 유발한다고 알려진 APOE4 유전자 동형접합형이 한국인에게는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약 20%가 이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단은 이 같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 발병 위험군을 구분해낸 뒤 혈액 검사와 뇌 MRI를 통한 단계적 검사를 하면 지금보다 최소 30% 이상 치매 환자를 줄이고 연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구단은 진단 프로그램이 전 국민에게 적용되면 발병률을 최소 30% 이상 낮출 수 있고 2030년부터는 연간 10조 원 이상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세계적으로 치매로 인한 치료 및 사회적 비용 부담액이 내년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해외 치매 의료 시장 진출도 검토할 방침이다.
국책연구단은 치매선별검사 자료(SNSB) 4500건, MRI 뇌 영상 3500건, 전장유전체 4500건, 혈액 샘플 3500건 등 치매 관련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규모는 양적, 질적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자료는 향후 치매 예측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