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지난 2월15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토 유럽 회원국이 올해 안에 국방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유럽 회원국에 대한 압박이 본격화된 것을 의미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올해 안에 국방비를 증액할 것을 공식 요구하면서 미국과 유럽 간에 국방비 문제가 최대 사안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월까지 나토 국방비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측 간 마찰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나토는 나토 조약 5조에 따라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이를 나토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침략당한 국가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상호 방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은 미국이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불균형한 상태다.
현재 28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나토는 회원국 간 군사력과 국방비 격차가 심각하다. 28개 회원국 중에서 아이슬란드는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룩셈부르크군은 사실상 군대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러한 나토 회원국 간 불균형은 나토가 별도의 군대를 갖지 않는 구조에서 비롯됐다.
나토는 본부를 브뤼셀에 두고 있지만 별도 나토군이 없기 때문에 조직 운영에는 그다지 큰돈이 들지 않는다. 각 회원국이 국방비의 0.5% 이하를 갹출해서 나토 본부(민간부문)와 통합 지휘본부(군), 나토 보안투자(군) 등에 사용한다. 그 대신 나토는 회원국들이 자국 군대를 독립적으로 운용하다가 필요할 때 나토라는 이름으로 합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나토군이라고 불릴 수 있는 군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동유럽에 배치된 7000여 명이 전부다. 폴란드에는 미군 4000명이 250대의 전차 및 브래들리 장갑차 등과 함께 배치돼 있다.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 중심으로 1200명, 라트비아에는 캐나다군 중심으로 1200명, 에스토니아에는 영국군 중심으로 800명이 배치된 상태다.
이처럼 각국이 군대를 독립적으로 운용하다가 필요할 경우 나토군으로 합류하는 구조 탓에 방위에 필요한 비용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토 28개 회원국이 자국 군대 운용을 위해 사용하는 국방비 규모가 제각각인 탓이다.
나토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나토 회원국의 전체 국방비는 9182억9800만 달러(약 1044조7476억 원)다. 미국 국방비가 6640억5800만 달러로 나토 전체 국방비의 72.3%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이 603억4700만 달러(나토 전체 국방비 중 6.6%), 프랑스가 436억2000만 달러(4.8%), 독일이 406억6300만 달러(4.4%), 이탈리아가 218억7800만 달러(2.4%)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나토 전체 국방비의 1%도 안 되는 규모의 돈을 국방비에 쓰는 회원국은 노르웨이와 그리스, 벨기에 등 17개국이나 된다. 아이슬란드는 군대가 없다 보니 아예 국방비 자체를 편성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토는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에 쓰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이 GDP의 3.61%를 국방비로 지출해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리스 국방비가 GDP 대비 2.38%로 그다음이었으며. 영국과 에스토니아, 폴란드의 국방비가 GDP 대비 각각 2.21%, 2.16%, 2.0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