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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지내는 차례(茶禮), 제사와는 다르다

nyd만물유심조 2026. 2. 12. 10:58


'茶禮(차례)'와 '祭祀(제사)'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 주변에는 '차례'와 '제사'라는 용어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하는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많다.

설 차례는 새해를 맞이해 조상들에게 올리는 일종의 안부인사다. 이 때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송구스러워 조상에게 미리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

차례는 명절 당일 아침이나 오전에 해가 뜨는 밝은 시간에 지낸다. 그러나 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 밤에 지내며 전통적으로는 자정(밤 12시)에 지냈지만 요즘은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저녁 7~9시 사이에 지내는 집이 많다.

차례와 제사의 모시는 대상 차이를 보면 차례는 모든 조상님, 보통 4대까지의 위패를 모시고 합동으로 인사를 드리는 날이다. 그 윗대는 문중에서 시제형식으로 1년에 한번씩 산성에서 지낸다. 따라서 명절 차례상에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여러 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사는 돌아가신 한 분만을 위해 지낸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 제사라면 할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만 모시는 날이다.

상차림과 절차에서도 차이가 있다. 차례라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는 '차(茶 Tea)'를 올리는 간단한 예법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제사보다 절차가 간소하다. 따라서 설날 차례상에는 떡국이 올라가고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과 토란국이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다. 또 차례는 술을 딱 한 번만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고 비교적 절차가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된다. 반면 제사는 밥과 국이 기본이며 술을 세 번 올린다. 술을 올리고 축문을 읽는 등 절차가 엄격하고 길다.

'주자가례'에도 차례는 '제례편'이 아니라 일상의 예에 포함돼 있다. 별도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초에 행하는 사당 참배 일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주자가례' 차례상에는 술과 차, 제철 과일을 담은 접시가 그려져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차(茶)를 마시는 습속이 없기에 물이나 숭늉으로 하기도 한다. 과일의 숫자도 정해진 규칙 없이 형편에 맞게 준비하도록 돼 있다.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이 1852년에 쓴 '가제의(家祭儀)' 차례상에는 술, 떡, 국수(만두), 육적, 탕 2종, 과일 4종이 그려져 있다. 안동 진성이씨 퇴계종가 차례상은 술, 떡국, 명태전, 북어, 과일 한 접시로 구성돼 있다. 이들 모두 '주자가례'에 명시된 규범을 최대한 지키면서 한국적 정서를 적절히 반영시키고 있다.

"예(禮)라는 것은 너무 모자라도 너무 넘쳐나도 안된다. 하지만 명절에 모이는 가족과 친척들을 위한 음식이 필요하다면 차례상을 명절음식 위주로 차려 나눠먹으며 즐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