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골프는 왜 18홀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가방 속 클럽은 왜 14개로 제한되었는지 알아본다.
몇가지 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스키 설'이다. 당시 스카치위스키 한 병을 잔에 따르면 딱 18잔 정도가 나왔고, 한 홀에 한 잔씩 마실 수 있다는 의미에서 18홀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낭만적인 이야기만큼이나 실제 골프의 역사 역시 어떤 과학적이고 필연적인 계산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18홀이나 14개 클럽이라는 기준은 특정 시점에 이루어진 '결정'과 '합의'가 오랜 시간 쌓여 굳어진 결과물에 더 가깝다.
골프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곳이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인데 골프의 초창기에는 홀의 개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지형의 생긴 모양에 따라 어떤 곳은 5홀, 어떤 곳은 12홀인 식이었다. 성지라 불리는 세인트 앤드루스조차 1764년 이전까지는 총 22개 홀로 구성되어 있었다.
변화는 1764년에 일어났다. 당시 세인트 앤드루스의 골퍼들은 코스의 초반 4개 홀이 너무 짧고 단조롭다고 느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들은 4개의 홀을 2개로 합쳐버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나가는 11개 홀'과 '들어오는 11개 홀' 중 각각 2개씩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합계 18홀이라는 숫자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결정에는 어떤 수학적인 설계나 논리적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코스를 조금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지극히 실용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세인트 앤드루스의 권위가 워낙 압도적이었던 탓에, 전 세계의 골프장들은 이 우연한 숫자를 '표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결국 한 골프장의 지형적 고민에서 비롯된 전통이 수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전 세계 골퍼들의 라운드 기준이 된 셈이다.
'14개'라는 클럽의 숫자 역시 흥미로운 역사적 결단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193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골프백 속에 몇 개의 클럽을 넣어야 한다는 규칙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장비의 발전이었다. 나무로 만들던 샤프트가 강철(Steel)로 바뀌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선수들은 온갖 상황에 대비해 수십 개의 클럽을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1930년대 중반, 로슨 리틀(Lawson Little) 같은 선수는 무려 30개가 넘는 클럽을 들고 경기에 나섰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골프가 개인의 기술이 아닌 '장비의 물량 공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무엇보다 그 무거운 짐을 모두 짊어져야 했던 캐디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국 1938년 USGA(미국골프협회)가 먼저 14개의 클럽 제한을 시작했고, 이듬해 R&A(영국왕립골프협회)가 이 결정에 동참했다. 여기에도 특별한 과학적 공식은 없었다. 그저 당시 가장 표준적인 클럽 세트인 우드 몇 개와 1번부터 9번까지의 아이언, 그리고 퍼터를 합쳤을 때 나오는 '적당한' 숫자를 합의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