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 주기돼 있는 B-52 폭격기들. 이들도 우크라이나 정보국의 '거미줄 작전'과 같이 미국 내에서 조립된 상용 드론 떼의 공격에는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위키피디아

미 공군은 대당 7억 달러에 가까운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를 수용할 격납고로 비강화 차양막을 고려하고 있다./허드슨 연구소
우크라이나는 6월1일 ‘창의적인’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군 전략핵 자산의 한 축을 이루는 장거리 폭격기의 20%를 파괴했다. 이를 의식한듯 미 싱크탱크 AEI의 선임연구원 프레데릭 W 케이건은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물었다. “이란이나 중국제 드론이 목제 컨테이너에서 날아올라 미 본토의 B-2 폭격기를 공격하는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뉴욕타임스는 6월4일 칼럼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노출시켰다”고 평했다.
드론 공격에 취약하기는 미 공군의 핵심 자산인 폭격기ㆍ전투기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미 언론과 싱크탱크들은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발표한 1750억 달러 규모의 미사일 방어 계획인 ‘골든 돔(Golden Dome)’도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Spider’s Web)과 같은 소형 드론의 공격으로부터는 미국을 보호하지 못한다. 골든 돔은 탄도ㆍ극초음속ㆍ순항 미사일 등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 적 공격에 노출된 서태평양 지역의 미 전략 항공기들
그레고리 M. 기요 미 북부사령부 사령관은 2월 의회 증언에서 “작년에 미국 본토의 100곳 군시설에서 허가 받지 않은 드론 비행이 약 350회 탐지됐다”고 말했다. 또 허가 없이 미 공항 인근의 통제 공역(空域)을 비행하는 드론 목격 건수도 매달 100건에 달한다. 가상의 적(敵)이 ‘거미줄 작전’처럼 공격 드론을 밀반입하거나 미국에서 생산ㆍ조립해 무리 지어 공격하면, 한 순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 장비가 무력화(無力化)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기지는 더 심각하다. 6ㆍ25전쟁이래 미 공군은 활동하는 전세계 모든 지역의 하늘을 장악했지만, 이제 중동에서 테러단체들은 드론을 이용해 미군 기지들을 공격해 미군 병력에 피해를 입혔다.
전세계 어디서 발사된 미사일도 탐지ㆍ추적ㆍ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기술도 드론의 위협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나름대로 대응 방안을 강구했지만, 드론을 물리적으로 격추하는 ‘하드 킬(hard-kill)’이나 전자적으로 불능화하는 ‘소프트 킬(soft-kill)’ 모두 결정적 해법이 되지는 못했다. 드론은 지면 가까이 낮게 날고, 현재의 미국 레이더 시스템은 더 큰 비행물체를 더 높은 곳에서 탐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파괴된 러시아 폭격기들은 미국의 B-52와 B-1 폭격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추가로 더욱 은밀한 스텔스 폭격기인 B-2와, 후속 기종은 B-21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작전이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 140대를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전략 폭격기 전력은 냉전 때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소수의 기지에 집중돼 있다”며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 줄지어 서 있는 B-52 폭격기의 소셜 미디어 사진을 보라”고 했다.
- 중국이 미사일 공격 견딜 800개 철근 콘크리트 격납고 짓는 동안
미국은 프레데터(Predatorㆍ정찰 위주)와 리퍼(Ripperㆍ공격 플랫폼)를 통해 21세기 드론 전쟁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드론 방어에서는 매우 더디다.
지난 1월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낸 보고서 ‘콘크리트 하늘: 서태평양 공군기지 강화’에 따르면, 서태평양 지역의 미 공군기지는 외부 공격에 특히 취약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010년 이후 3000개 이상의 강화ㆍ비(非)강화 격납고(shelter)를 구축했다. 강화 격납고는 적의 정밀무기 공격도 견뎌낼 수 있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중국은 이 기간에 800여 개의 강화 격납고를 구축해 전국적으로 약 48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반면에, 미국은 같은 기간에 단 2개의 강화 격납고와 41개의 비강화 격납고(얇은 금속지붕ㆍ천막 구조)를 추가했을 뿐이다. 미국의 전세계 강화 격납고는 수백 개에 불과하며, 그나마 유럽과 중동에 집중돼 서태평양에는 19개뿐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2010년 이후 같은 기간에 타이완 해협에서 1000해리(1852㎞) 이내 지역에서 단 2개의 강화 격납고와 41개의 비강화 격납고를 추가했다.
- “1조 원짜리 폭격기 만들면서, 400억원짜리 격납고 포기”
보고서는 빠르면 2026년 배치 예정인 B-21 신형 폭격기와 관련해, 미 공군은 “햇빛 가림막(sunshades) 같은 구조물로 된 격납고를 고려하는데, 이로 인해 항공기가 치명적인 무인 항공기(UAV)를 포함한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당 7억 달러(약 9590억원)짜리 B-21 폭격기 보호용으로 3000만 달러 정도의 강화 격납고를 짓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며, 이는 미국의 전 세계 타격 능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