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게 해줄게, 잠깐만요. ” 그리스 신화 속 거인족 우라누스의 거세. 1560년 작품.
인간의 기대수명은 전 세계를 둘러봐도, 여성이 확실히 남성보다 오래 산다. 부자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적어도 3년 이상의 수명 차이가 존재한다. UN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한국 남성의 기대수명은 81.3세였다. 여성은 87.2세. 무려 6년이나 차이를 보였다. 자연계에서 수많은 종의 암컷 수명이 수컷보다 긴 것으로 확인된다. 남성은 도대체 왜 여성만큼 오래 살 수 없는 것일까?.
야생 생태계에서도 수컷은 암컷보다 훨씬 더 짧은 삶을 산다. 20%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사자, 사슴, 원숭이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동물에서 수컷의 임종을 지키는 건 암컷이다. 수컷이 암컷과 비슷하게 살거나, 혹은 더 오래 사는 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환경설로서 번식을 우선시하는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분투하며 다른 녀석과의 물리적 충돌도 거부하지 않고 수시로 물어뜯으며 싸워대니 그만큼 수명이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그럴듯 하지만 이를 반박할 증거도 산더미이다. 야생이 아닌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암컷의 수명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반려묘 역시 암컷의 수명이 약 10%에서 15% 길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물학자들은 ‘호르몬’을 주목한다. 남성(수컷)에게서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이 외부 환경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암컷의 에스트로젠은 더욱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는 해석이다. 날 때부터 주어진 생리적 시스템이 암수의 희비를 갈랐다는 것이다. 실험용 쥐 연구에서도 암컷 미토콘드리아가 수컷 미토콘드리아보다 항산화 효소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염색체의 문제도 남성을 고개 숙이게 만드는 요소로 여겨진다. 알다시피 여성의 성염색체는 XX, 남성은 XY이다. 여성에게는 X 하나에서 문제가 생겨도 이를 보완할 대안적 X가 존재한다.
그러나 남자에게는 X에 하자가 일어나면 문제가 커진다. Y로는 고장 난 X를 고칠 수 없어서이다. 오직 남성에게만 혈우병이나 적록색맹과 같은 유전병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수명을 결정하는 단 하나의 결정 인자로 볼 수는 없겠지만, 남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데는 분명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신의 저주’를 피한 남성들도 존재한다. 여성보다 평균수명이 10년이나 길었던 남자들. 바로 조선의 환관들이었다. 민경진, 이철구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조선의 환관들의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양반 평균 수명에 비해 최소 14년이나 길었다. 여성들보다도 10년 정도는 더 살았던 셈이다.
연구팀은 환관들의 ‘거세’가 역설적으로 그들의 수명을 늘린 ‘새옹지마’가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남성호르몬이 억제되면서 생명 연장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남자의 상징’이 과연 수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인지, 자연에서도 입증 사례가 존재한다. 아프리카 연안에 주로 서식하는 킬리피시 수컷의 생식 세포를 제거했더니 수명이 늘어난 것이었다. 반면 생식 세포가 제거된 암컷은 명이 외려 짧아졌다.
그러나 암수의 수명 차이를 만드는 이유는 각 종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공통된 목소리이다. 허나 분명한 건 있다. 수컷이 결코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여성은 고정관념을 넘어서 강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