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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

nyd만물유심조 2024. 6. 19. 09:53

하지(夏至)는 24절기중 10번째 절기이다. 하지의 '지(至)'는 '극에 달한다'는 뜻으로, 곧 '하지'란 '여름의 정상(頂上)'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장 더울 때이다.

1년 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로 태양은 황도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하는데 이 위치를 하지점(夏至點)이라 한다. 이때 북반구에서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진다. 북극지방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동지에 가장 길었던 밤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지는 반면, 낮시간은 1년 중 가장 길다.

서울(북위 37도 30분)에서의 남중고도는 하지 때 75도 57분이고, 동지 때는 29도 3분으로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다. 따라서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의 열을 가장 많이 받아 쌓이면서 하지 이후 기온이 상승해 더워진다. 한반도의 낮의 길이가 무려 14시간 46분이라고 한다. 밤의 길이가 9시간 14분이니 5시간 반이 더 긴 것이다.

이때 농촌에서는 일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쁘다.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진다.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물론 요즘은 일찍 모내기가 끝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과거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이전 이모작을 하는 남부 지역에서는 하지 ‘전삼일, 후삼일’이라 하여 모심기의 적기로 여겼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다.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또한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고 했는데 농부들이 논에 물을 대느라 매우 분주해진다는 말이다.

하짓날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감자와 옥수수이다. 하지 무렵에 감자를 캐서 밥에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가 잘 열린다고 해 '하짓날은 감자 캐먹는 날'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죽기 때문에 하짓날을 ‘감자 환갑’이라고도 하였다. 이날 첫 수확한 감자로 전을 부치고 삶아 먹었고 옥수수도 이맘때부터 7월 사이에 수확을 시작하는데 옥수수를 삶으면 단맛이 나서 매우 좋다.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해 조정과 민간에서는 기우제가 성행했다. 천수답이 많았던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기우제를 지내는 광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민간에서는 신성한 지역에 기우제 제물로 바친 동물의 피를 뿌려 더럽혀 놓으면 이를 씻기 위해 비를 내린다는 믿음에 개나 소 등을 잡아 그 피를 바위나 산봉우리 등에 뿌려 놓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충북 충주시 엄정면 목계리의 경우, 이장이 제관이 되어 한강지류의 소(沼) 속에 있는 용바위에서 소를 잡아 용바위에 피를 칠하고 소머리만 소(沼) 속에 넣는다. 이때 흔히 키로 물을 까불어서 비가 내리는 듯한 유사주술적(類似呪術的)인 동작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