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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 세계 군비 지출액 가운데 각 국가가 차지하는 군사비 비중. SIPRI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4월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이 2조4430억달러(약 3375조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8%로 200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계속되고 있는 2개의 전쟁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비 지출 비중은 2.3%에 달했고, 세계 1인당 군비 지출액은 306달러(약 42만원)로 199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SIPRI는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유럽, 중동, 아시아·태평양, 미주 등 5개 권역 모두에서 군비 지출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난 티안 SIPRI 수석연구원은 “전례 없는 군비 지출 증가는 세계 평화와 안보가 악화한 것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이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안보 환경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군사비로 쓴 국가는 미국(9160억달러)으로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의 37%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2960억달러를 써 2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의 약 절반(49%)을 차지했다.
이어 러시아(1090억달러), 인도(836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758억달러), 영국(749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2023년 군비 지출을 전년 대비 24% 늘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2014년과 비교해선 군비 지출이 57% 가까이 늘어났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군비로 전년 대비 51% 급증한 648억달러를 써 세계 8위의 군비 지출 국가가 됐다. 다만 지출액의 절반 이상은 미국 등 다른 국가의 군사 원조를 받은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군비 지출은 러시아에 크름반도를 빼앗긴 2014년 이후 1270% 증가했다. 우크라이나의 GDP 대비 군비 지출 비중은 37%로, 러시아(5.9%)에 비해 훨씬 컸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의 군비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24% 늘어난 275억달러였다.
지난해 전 세계를 통틀어 군비 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는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동부 지역에서 무장단체와의 분쟁이 이어지며 군비를 105% 늘렸다.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남수단이 두 번째로 큰 78% 증가율을 보였다.
아시아에서 군사비를 가장 많이 쓴 국가는 세계 2위의 군비 지출국인 중국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군비 지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2960억달러를 군비로 쓰는 등 29년 연속 군비 지출을 늘렸다.
일본은 지난해 군비로 502억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치지만 우크라이나가 치고 올라오며 세계 순위는 10위로 전년보다 한 계단 내려섰다.
한국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479억달러로 전년 대비 1.1% 늘어났다. 전체 순위는 11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