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엔엔(CNN)은 1월 22일(현지시각)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과학·인공지능 연구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혁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느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현재 임금을 받는 ‘인간 노동자’의 업무 가운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의 23%만 비용 면에서 ‘인공지능을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업무를 자동화하는 비용을 계산해보니, 아직 열에 여덟은 ‘인간 노동자’를 쓰는 비용이 더 싸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특히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뺏을 것으로 크게 우려되는 컴퓨터 이미지 관련 영역에서 인공지능에 업무가 이미 ‘노출’됐거나,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 것으로 확인된 일자리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물론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의 비용 대비 업무 효율이 인간을 넘어서는 경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시엔엔은 “이번 조사 결과는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더라도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될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2022년 말 등장한 오픈에이아이(OpenAI)사의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간의 노동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본격화됐다. 뉴스 제작, 법원·변호사 업무, 선거 홍보 대행 등 일부 전문 영역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이끈 닐 톰슨 프로젝트 책임자는 “현재로서는 많은 경우 인간이 일을 하는 게 비용 대비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방법”이라며 “인공지능이 인간 업무를 대체할 잠재력이 크지만,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시스템을 현실 업무에 구현할 때 경제성을 고려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AI 도입에 필요한 연간 비용이 매년 50%씩 줄더라도 노동의 절반을 컴퓨터 비전 작업으로 대체하기까지는 2026년이 돼야 한다고 전망했다. 또 2042년까지도 컴퓨터 비전 작업보다 인간 노동이 효율적인 영역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교사, 부동산 감정사 등 미국에서 컴퓨터 비전이 채택될 수 있는 직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자동화했을 때 비용을 파악했다. 컴퓨터 비전은 센서로 이미지를 인식하고, AI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사진 분류부터 자율주행을 위한 물체 감지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논문에 실린 예시 사례를 보면, 제빵사는 품질 관리를 위해 매일 재료를 눈으로 검사하지만, 이는 전체 작업의 6%에 불과하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때문에 카메라와 AI 시스템을 구현해 시간과 임금을 일부 절약할 수 있지만, 기술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제빵사 임금보다 높다.
연구진은 월마트와 아마존 같은 소매, 운송, 물류 업무에서는 AI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분석했다. 헬스케어 분야도 AI를 도입하기 적합한 영역으로 나왔다. 또 구독형 서비스형 AI(AIaaS) 같은 기술 출시는 AI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전세계 일자리 40% 가량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결국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톰슨 프로젝트 책임자는 “인공지능이 현재 뛰어난 능력을 보이면서도 당장 모든 곳에 도입되지 않은 데 이유가 있고, 그 이면에는 ‘경제성’이 있다”며 “이런 사실은 이전에 우리가 다른 (혁신적인) 기술에서 (노동자 일자리가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던 것을) 봤던 대목과 매우 비슷하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