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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새의 출현

nyd만물유심조 2024. 1. 21. 16:19


서울 성동구 중랑천의 용비교 쉼터 인근에 1월17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천연기념물인 원앙(mandarin duck) 200여 마리가 날아와 활동중인 것이 발견돼 이목을 끌고 있다. 

원앙은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로, 크레용처럼 빨강 파랑 노랑이 선명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 327호로 지정돼 있다. 주로 한국, 일본 같은 동아시아에서 서식하며, 전 세계에 약 2만 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

이번에 발견된 원앙은 아시아 원앙으로, 기러기목 오릿과에 속하는 조류이며 수컷의 몸 빛깔이 아름답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빨간 눈과 늘어진 머리털을 지녀 매서워 보이는 아메리카 원앙과는 달리, 통통한 몸집에 형형색색의 장식깃을 가지고 있어 생김새가 아름답다.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된 원앙은 전 세계적으로 2만여 마리가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서 월동하는 개체 수는 2000여 마리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멸종위기 관심대상(LC)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부는 텃새가 되어서 우리나라 하천, 호수, 계곡 등에 서식하고 있는데 서울 창경궁 등에서 5~10마리 내외로 서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통 혼례 때 신부의 혼수품에 원앙을 수놓은 원앙금침(鴛鴦衾枕)이 빠지지 않아, 일부일처인 새로 잘못 알려졌지만 사실 원앙은 일부다처제로 산다. 그러나 ‘배우자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다. 암컷은 선명하고 화려한 깃을 지닌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에, 번식기를 준비하는 수컷은 깃털 관리에 공을 들인다. 비번식기인 수컷의 겨울깃은 암컷과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어두운 회색에 흰색 얼룩점을 지니지만 부리만 붉은색이다. 중랑천을 찾은 수컷 원앙들도 이미 번식기를 위한 깃털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8년 10월 뉴욕 센트럴파크에 원앙새(mandarin duck) 한 마리가 등장했다. ‘맨해튼 새 소식(Manhattan bird alert)’이라는 트위터 계정을 운영하는 탐조가 데이비드 배럿이 세상에 처음 알렸다. 크레용처럼 빨강 파랑 노랑이 선명한 원앙새를 처음 본 뉴요커들은 열광했다. 뉴욕타임스는 ‘센트럴파크에 신비스러운 원앙새 출현’이라는 기사로 대서특필했고, 사흘 뒤 CNN은 ‘희귀한 원앙새,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흥미로운 방송을 내보냈다.

이후 6개월여 동안 작은 연못에서 유유자적하는 원앙새는 뉴욕의 명물이 됐다. 작은 새 한 마리를 보려고 매일 수천명이 모였다. 워낙 인기가 많아 ‘핫덕(hot-duck)’으로 불렸다.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뮤지컬 배우 맨디 파틴킨에 빗대 ‘만다린 파틴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AP통신은 이 새를 쫓아다니는 구경꾼들을 오리의 꽥꽥 우는 소리(quack)와 파파라치(paparazzi)를 합성한 ‘쿼카라치(quackarazzi)’라고 칭했다.

핫덕은 인기가 절정에 오른 이듬해 3월 홀연히 센트럴파크를 떠났다. 조류학자들은 겨울을 보낸 원앙새가 짝을 찾아 북쪽 숲으로 갔다고 추정했다. 물론 오른발에 인식표가 묶여 있었고, 북미 대륙에 사는 나무원앙새(wood duck)와 달리 아시아 대륙에 서식하는 종이었기에 끝내 적응하지 못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그래도 뉴요커들은 핫덕을 잊지 않았다. 그래미·에미·토니상을 섭렵한 벳 미들러는 ‘원앙새 이야기’라는 동화책을 냈고, 영화감독 케빈 슈렉은 다큐멘터리 ‘뉴욕의 원앙새’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