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추(立秋)는 24절기 중 13번째 절기이다. 가을에 들어선다는 의미로서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구분한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뜻으로, 중복과 말복 사이에 위치하며 본래는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때는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이며 이때부터 처서 무렵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바다에서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리 현상이 발생해 서남해안 지역의 저지대가 침수,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한다.
밭에서는 참깨·옥수수를 수확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한다. 이때쯤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해 논에서는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하다. 또한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 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이다.
입추 무렵의 풍속으로는 '기청제(祈晴祭)'가 있다. 예부터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으로 여겼다. 비가 5일 이상 계속될 경우 각 고을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하늘에 기청제를 지냈는데, 성문제(城門祭)·천상제(川上祭)라고도 한다. 즉 비가 닷새 또는 보름 동안 계속해서 내리면 조정이나 고을에서 비가 멈추게 해 달라고 제를 올렸던 것이다.
예전 사람들은 입추 직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그 다음엔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마지막 닷새엔 가을을 알리는 '쓰름매미(쓰르라기)'가 운다고도 했고,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고 입추에 대해 표현하였다. 입추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이 있는데, 한창 벼가 익고, 곡식이 여물어 바쁜 추수의 계절을 예고하는 때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