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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27일은 한국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다. 6.25는 한국에선 한국전쟁, 북한에선 조국해방전쟁, 일본에선 조선전쟁, 영어권 일각에선 잊혀진 전쟁으로 불린다. 이에 정전체제 유지업무를 하는 유엔사(유엔군사령부)의 성격과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엔사는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일본 도쿄에서 창설돼 1957년 7월 서울 용산 기지로 옮겨온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영국·호주 등 6·25전쟁 참전국 중심의 17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평상시에는 정전 협정·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다.
하지만 우리 안보 측면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한반도 전면전 시 戰力 제공국들에서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미연합사의 작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유사시 전력 제공국의 병력·장비가 들어오는 통로가 요코스카 등 유엔사 후방 기지(주일 미군 기지) 7곳이다.
이들은 유사시 우리나라의 생명 줄과도 같은 존재다. 유엔 대북 제재 강화 이후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독일 등 여러 나라가 함정과 해상초계기, 잠수함 등을 한반도 인근에 보내 북한 불법 환적 선박 등을 감시하고 있는데, 이 함정과 항공기들이 유류 등 보급을 받고 있는 곳도 유엔사 후방 기지들이다.
7개 유엔사 후방 기지는 미 해군기지 중 해외 최대인 7함대 모항(母港) 요코스카를 비롯해 요코다 공군기지, 사세보 해군기지, 캠프 자마(육군기지)등 일본 본토의 네 기지와 가데나 공군기지, 후텐마 해병대기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 등 오키나와의 세 기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요코스카엔 핵 추진 항모를 비롯, 이지스 순양함·구축함 10여 척이 상시 배치돼 48시간 내 한반도에 긴급 출동할 수 있다. ‘유엔군 사령부 인사이트’에 따르면 사세보 해군기지는 한반도 최근접 군수 지원 기지로 탄약 580여 만t, 유류 2억1100만 갤런이 비축돼 있다. 7함대 소속 함정 70여 척이 3개월간 쓰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양이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는 세계 최강 F22 스텔스기 등이 배치돼 있고, 북한 지역까지 1~2시간 내 출격할 수 있다.
유엔사 후방 기지가 없으면 한반도 유사시 전쟁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유엔사는 유엔이 오직 대한민국을 위해 출시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장기 맞춤형 특별 안전보장 보험” 격이다.
중립국 감독위 스위스 대표로 여러 해 근무했던 거버 장군은 지난 2021년 2월 워싱턴 CAPS(아태전략센터) 세미나에서 “앞으로 지구상에 유엔사 같은 조직을 다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전협정 체결 이후 70년 가까이 유엔사가 존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에는 정말 큰 행운”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돼 정전 체제가 끝나고 평화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유엔사의 명칭과 역할을 바꿔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