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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어떤 이유로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지난 2월 데니스 헤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 유전학과 교수팀은 지문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분자를 찾아 지문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발표했다. 그동안 지문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게 만들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이번에 그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지문을 이루는 선을 ‘융선’이라고 한다. 융선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만들어진다. 임신 13주부터 태아의 손가락 끝에 생기기 시작해 1차로 융선이 전체적으로 생성되면, 이후 그 빈틈을 메우는 2차 융선이 나타나며 지문이 완성되어 간다.
연구팀은 태아 시기 융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쥐가 태아 상태일 때 발 주름이 발달하는 모습과 사람의 배아 세포(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상태부터 8주까지의 개체를 배아라고 말하며, 그 이후를 태아라고 한다)가 발달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지문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세 가지 단백질 분자를 발견했다. 지문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만드는 단백질(WNT)과 융선 사이의 간격을 조절하는 단백질(EDAR), 그리고 이 둘의 활동을 조절하는 단백질(BMP)이다. 지문은 모래사장에서 구덩이를 파듯 매끈하던 피부에 홈이 파이며 만들어지는데, 위 세 단백질 분자가 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EDAR 단백질이 많아지면 융선의 간격이 넓어지고 WNT 단백질이 많아지면 홈이 파여 융선이 짙어지며, BMP 단백질이 많아지면 융선이 줄어드는 모습을 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WNT와 EDAR 단백질은 융선 형성에 관여하고, BMP 단백질은 반대로 융선 형성을 억제하며 복잡한 무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요소가 서로에게 무작위로 영향을 주면서 정해지지 않은 형태로 생기는 무늬를 ‘튜링 패턴’이라고 한다. 열대어나 표범, 얼룩말 등에서 볼 수 있는 점무늬와 줄무늬 역시 튜링 패턴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세 단백질 분자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지문을 무작위적인 튜링 패턴 형태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지문의 융선이 완성돼 가는 구체적인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혈액이나 피부 주름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여러 가설만이 존재했다. 헤든 교수는 “지문 발현 원리를 찾아낸 건 지문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치아, 손톱, 땀샘과 같은 여러 피부 구조의 원리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