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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테 오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단기 기억 착시 현상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4월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람은 불과 몇 초 전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기억을 왜곡해 저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이나 자신이 기대하는 바에 따라 상황을 재구성해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이를 '단기 기억 착시 현상'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연구를 이끈 오텐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을 때 불과 3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주관을 반영해 기억할 수 있다"며 "아주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우리의 기억조차 완전히 신뢰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의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일종의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2.2세였으며 남성 12명과 여성 28명이 실험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화면에 동시에 떠오른 6~8개의 알파벳 그림을 약 1초 간 응시하게 한 뒤 다시 수 초 후 화면에 떠있지 않았던 알파벳 그림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에는 함정이 있었다. 알파벳 중 2개는 거꾸로 뒤집어 화면에 출력했다. 또 화면에 떠있지 않았던 알파벳을 선택하라고 하기 전에 '무시해도 되는 정보'라고 설명하며 모든 알파벳이 똑바로 그려진 그림을 보여줬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한 실수는 거꾸로 뒤집힌 알파벳 그림을 똑바로 그려진 알파벳 그림으로 착각해 기억한 것이었다. 뒤집힌 모양의 'Ә' 알파벳 그림을 보여줬지만 실제로는 'e'란 알파벳 그림이 화면에 출력됐다고 답한 식이다. 세 차례에 걸친 비슷한 방식의 추가 실험에서 348건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단기 착시 현상이 공통적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단기 착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가진 알파벳 모양에 대한 지식과 이 지식이 정답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적 편견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과 대화를 했을 때 실제로는 평범한 어조로 이야기했지만 이후 '공격적이고 사나운 방식으로 대화에 응했다'라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많은 실험과 연구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이나 기대하는 바 혹은 편견에 의해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