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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驚蟄)

nyd만물유심조 2023. 3. 4. 18:04


경칩(驚蟄)은 24절기 중에서 세 번째 절기이다.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갖가지 종류의 초목에서 싹이 트고 개구리를 비롯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 땅 위로 나오려고 꿈틀거린다고 하여 이런 명칭이 생겨났다.

초봄의 시작 기준이 되는 절기로 물론 한기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겨울이 물러가 완연한 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춘분은 지나야 한다. 그러나 점차 만물이 약동하며 새로운 생명이 생기고 겨울잠에서 깨어나 땅 위로 올라온 개구리들과 도롱뇽들은 번식기를 맞아 물이 고여있는 연못이나 웅덩이에 알을 까놓기 시작하며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

경칩에는 농기구를 손질하고 농작물 파종 준비를 행하였다. 또한 속신의 하나로 보리 싹의 형태를 보고 그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성종실록"에 보면 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는다고 했는데 우수와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때다.

경칩 무렵 양지에서는 쑥이 자란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들판에서 쑥을 캐 쑥밥, 쑥국, 쑥지짐, 쑥인절미, 쑥버무리, 쑥개떡를 해먹었다. 궁궐에서는 수라상에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애탕국'이 올라가기도 했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기도 했다. 한편, 젊은 남녀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았다고도 한다.

경칩에는 중앙과 지방의 무관을 중심으로 독제(纛祭)를 지냈으며, 경칩 이후 해일(亥日)에는 선농제(先農祭)를 지냈다. 독제는 서운관(書雲觀)에서 봄에는 경칩에, 그리고 가을에는 상강에 지내게 하였다. 독제는 군과 관련된 일을 관장하는 무(武)의 신을 위한 제사이다. 이를 위해 독소(纛所)에 기독묘(旗纛廟)라 불리는 사당을 세우고 제를 지냈다. 선농제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농사를 가르쳐준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한 해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올리는 제사이며, 동대문 밖에 위치한 선농단(先農壇)에서 행해졌다.

※ 경칩 글자에 얽힌 이야기.
경칩은 한자로 놀랄 경(驚), 숨을 칩(蟄)이다. 驚(경)은 敬(공경할 경)과 馬(말 마)로 나뉜다. 우선 경에서 敬의 일부인 苟(진실로 구)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 번째는 艹(풀 초)와 勹, 口(입 구)로 나누어,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勹)이 머리에 풀잎(艹)으로 치장을 하고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口)을 나타낸다는 해석이다.
두 번째로, 苟의 艹가 羊(양 양)을 간단하게 쓴 것으로, 머리에 양이 그려진 사람이 꿇어앉아 있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라는 해석이 있다. 羊은 양을 신(토템)으로 모시던 부족의 사람을 뜻한다. 그 부족의 사람을 포로로 잡아와 꿇어앉히고 몽둥이(攵)로 강제로 굴복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누군가를 굴복시켜 공경하게 만든다는 뜻의 글자에 馬(말 마)를 더해 ‘놀라다’는 글자를 만들었다. 하필 말이 들어간 이유는, 말이 겁이 많아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기 때문이다.

蟄(숨을 칩)은 執(잡을 집)과 虫(벌레 충의 옛 글자)을 합했다. 執은 수갑을 차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본뜬 글자다. 執(집)에서 ‘칩’이라는 음을 가져왔다. 여기에 수갑을 차고 있어 움직일 수 없다는 의미도 보태고 있다. 虫은 요즘으로 치면 벌레지만, 옛 사람들은 기어 다니는 것을 모두 虫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蟄은 겨울잠을 자느라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벌레를 뜻한다. 이것이 나중에 ‘숨는다’는 뜻으로 확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