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최근 발표한 ‘2016 세계 시민참여 보고서’(Global Civic Engagement Report)에 따르면 지구촌에서 가장 너그러운 사람(generous)들이 많은 곳은 미얀마가 1위, 중국이 최하위였다. 140개국 14만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갤럽은 설문 대상자들에게 ‘지난 한 달 이내에 한 행동 세 가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자선재단 등에 기부금을 냈는지다. 둘째는 시간을 내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는지다. 셋째는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는지다.
답변을 집계해 점수를 매긴 결과, 미얀마가 100점 만점에 70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미국(61점)에 큰 점수 차이로 앞섰다. 최상위 10개국 가운데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을 빼면 모두 선진국 그룹에 속한다. 보고서는 1인당 GDP와 시민의식 간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최하위 10개국으로는 세르비아 콩고 그리스 예멘 팔레스타인 중국 등이 꼽혔다. 이들 나라의 대부분은 정치, 경제 상황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갤럽은 설명했다.
전세계인의 평균 점수는 30점이었다. 조사 대상 140개국 가운데 79개국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한국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33점으로, 중간 수준인 공동 67위에 머물렀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시민참여 형태는 낯선 사람을 돕는 것이었다. 2명 중 1명꼴인 44%가 지난 한 달 이내에 그런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27%는 기부금을 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20%로 가장 낮았다. 이 비율을 전세계 인구에 대입하면, 전세계 74억 인구 가운데 22억명은 지난 한달 내에 낯선 사람을 도운 적이 있으며, 14억명은 기부금을 냈고, 10억명은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활동별로 보면 나라별 차이가 두드러진다. 봉사활동에서는 투르크메니스탄(60%)과 미얀마(55%) 사람들의 과반수가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했다. 세계 평균보다 약 3배 높은 비율이다. 낯선 사람을 도운 경험은 리비아가 79%가 가장 높았다. 반면 중국은 24%로 가장 낮았다. 일본도 25%로 최하위권이었다. 특이한 것은 이 부문 상위 10개국 중 7개국이 소말리아, 말라위, 보츠와나 등 아프리카 국가라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형편에 있음을 시사하는 역설적 지표로 보인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다른 자선활동에서는 상위 10개국에 거의 들지 못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의 비율에서는 미얀마가 9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인도네시아 75%, 호주 73%였다. 모로코가 4%로 최하위였다. 예멘과 중국도 각각 5%, 6%로 최하위권이었다.
남을 돕는 동기는 뭘까? 미얀마는 강력한 불교국가다. 전 인구의 90%가 불교신자다. 갤럽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비심이 이들의 활발한 기부와 봉사의 원동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도 흥미로운 사례다. 미 경영전문매체 <포브스> 부호 명단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억만장자 대국임에도 세 가지 활동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권이었다. 갤럽은 전통적인 유교 국가였던 중국에선 역사적으로 박애라는 문화 전통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갤럽은 그러나 “최근들어 바뀌고 있다”며 “2015년 말 현재 중국에는 4211개가 넘은 재단이 있는데, 이는 5년 전보다 60%가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건 같은 유교 문화권인 한국과 일본도 각각 72위(33점), 103위(24점)로 중·하위권에 속한다는 점이다. 반면 전통 불교국가인 스리랑카(5위, 57점), 부탄(공동 17위, 49점), 타이(공동 31위, 42점)는 상위권에 올라 있다.
갤럽은 시민참여 지수의 중요성과 관련해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향후 세계 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을 참여로 이끄는 에너지를 잘 이용하고, 방해 요소는 제거하는 것이 지도자들에게 주어진 숙제라는 것이다. 갤럽은 지난 10여년간 시민참여 지수를 분석하고 지켜본 결과 “지도자들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시간과 재능과 노력을 쏟도록 하는 동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시민들이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때, 이 에너지는 그 나라에 방대한 규모의 경제적 가치와 행복 자원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실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2015년 140개국에서 15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한 나라에 약 1000명씩 전화 또는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 범위는 95% 신뢰도에 ±2~5.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