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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마비 현상(가위눌림현상)은 왜 생길까?

nyd만물유심조 2016. 10. 24. 16:30

 

 

-몸은 여전히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

나(샘 킨)는 똑바로 누워 자지 못한다. 아니, 그렇게 자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런 자세로 자면, 정신은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몸은 여전히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에 빠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림보에 빠진 듯한 그 상태에서는 주변의 사물을 감지할 수 있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나 거리를 지나가는 행인, 내 발을 덮은 담요가 눈에 보인다. 하지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몸에 다시 명령을 내리지만(“그만 일어나!”), 그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울릴 뿐이다. 발을 비비 꼬고 콧구멍을 씰룩이면서 사력을 다해 발버둥 쳐봐도 소용없다.

석상으로 환생한 느낌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이것은 몽유병과 정반대되는 것으로, 수면마비라 부른다.

 

-수면마비가 끔찍한 이유

수면마비에서 가장 끔찍한 것은 공포감이다. 잠이 깬 상태에서 내 마음은 폐가 제대로 심호흡하길 기대한다. 즉, 목구멍이 팽창하면서 복장뼈(흉골)가 15cm쯤 솟아오르는 걸 느끼려고 한다. 하지만 생리학적으로 아직도 잠든 상태에 있는 내 몸은 최소한의 공기만 깔짝거릴 뿐이다.

그래서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하고, 공포감이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숨 막히는 그 순간의 느낌이 아주 생생하게 떠오른다.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수면 마비

이것만 해도 무척 기분 나쁘고 괴로운데, 수면마비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이보다 더 나쁜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수면마비가 일어나도 금방 벗어난다. 선(禪)의 대가처럼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씰룩이는 데 온 힘을 집중하면, 대개는 몇 분 만에 몽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사람도 있는데, 밤새도록 고통스러운 고문에 시달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한 용사는 전투에 참가한 13개월보다 단 한 차례의 수면마비에 더 큰 공포감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악령이 가슴 위에 걸터앉아…

기면증 때문에 낮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이런 상태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영국의 한 불행한 여자는 세 번이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가 시체 안치소에서 깨어나는 일을 겪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몸에서 혼이 빠져나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 유체 이탈 경험을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귀신의 ‘존재’를 느끼기도 한다. 마녀나 악마 또는 악령이 가슴 위에 걸터앉아 가슴을 짓누르는 바람에 숨이 막히는 경험(소위 가위눌림)을 하는 것이다.(악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ightmare에서 mare는 사람의 가슴 위에 올라앉길 좋아하는 마녀를 가리킨다.)

 

오늘날 어떤 사람들은 이런 수면마비 경험을 외계인에게 납치당한 이야기로 들려주는데, 대개 외계인이 자기 몸을 검사하려고 꽁꽁 묶는 바람에 꼼짝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수면마비와 초자연 현상

물론 수면마비가 초자연 현상을 들여다보는 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때 빠져들었던 수면마비는 심신 이원론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아니다.

 

마음은 몸 밖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날 수 없다. 수면마비는 뇌에서 세 가지 주요 부분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잘못 일어날 때 생기는 부산물이다.

 

-뇌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못 일어날 때

파충류 뇌, 포유류 뇌, 영장류 뇌는 화학 물질을 통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다양한 내부 구조들은 협력하면서 원활하게 돌아간다. 단, 늘 완벽한 것은 아니고, 거의 그렇다는 말이다.

 

다리뇌(교뇌, pons)는 파충류 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뇌줄기에 길이 2.5cm 정도의 혹처럼 붙어 있다. 잠을 잘 때 다리뇌는 포유류 뇌를 통해 영장류 뇌로 신호를 보내는데, 꿈을 꾸는 과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러면 영장류 뇌에서 꿈이 꿈틀거리며 생겨난다.

 

꿈을 꾸는 동안 다리뇌는 그 아래에 있는 척수에도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러면 척수는 근육을 축 늘어지게 하는 화학 물질을 만든다.

이런 일시적인 마비 덕분에 우리가 악몽을 꾸더라도 몸은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악몽을 꾸면서 침실에서 일어나 달아나거나 늑대 인간에게 주먹을 휘두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리뇌(교뇌)가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을 때

이 마비 상태는 대체로 우리를 보호해주지만, 가끔 부작용이 발생한다. 똑바로 누워서 자면, 기도가 막혀 폐에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꿈을 꾸지 않아 몸이 마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산소 농도를 감시하는 뇌 부분이 그것을 감지해 몸을 약간 깨우고, 그러면 우리는 반쯤 깬 상태에서 콧김을 세게 내뿜거나 머리를 돌리거나 몸을 뒤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을 꿀 때 산소를 공급하려면, 뇌는 다리뇌에 근육 마비 상태를 풀라고 명령해야 한다.

 

그런데 화학적 불균형이나 신경 회로 손상 등의 이유로 다리뇌가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을 때가 있다. 그래서 뇌가 정신을 반쯤 깨우는 데 성공하더라도, 마비 물질을 내보내는 수도꼭지를 잠그지 못하는 바람에 근육이 계속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괴상한 꿈을 계속 만들어내는 뇌

이때부터 일이 꼬인다. 만약 이러한 림보 상태가 지속되면, 이제 완전히 깨어난 정신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서 편도(포유류 뇌에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구조)를 포함한 회로를 가동시킨다.

 

그러면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이 상태에서는 이 두 가지 반응 중 어느 것도 행동에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부터 공황에 빠지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상태가 훨씬 심각하게 나타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정신이 깨자마자 꿈이 멈춘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꿈꾸는 상태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한다. 주변 환경을 반쯤 인식하는 가운데 몸은 마비 상태에 있고, 뇌는 괴상한 꿈을 계속 만들어낸다.

 

인간의 마음은 터무니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데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환각 상태에 등장하는 인물을 마비 상태와 연결 지어 그 인물 때문에 몸이 마비되었다는 시나리오를 지어낸다.

 

악마와 외계인을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악마나 외계인을 보고 느낄 수 있으니까.

 

-뇌에서 일어난 작은 오작동이 엄청난 결과를…

그러니 내가 똑바로 누워 잠을 자지 않는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수면마비 경험이 몸서리치게 싫긴 해도, 그 경험은 내게 뇌에 관해 소중한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파충류 뇌 깊숙한 곳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만 가지고 시작해 나는 인간 마음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영역, 곧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마음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저자-샘 킨Sam Kean

베스트셀러 『사라진 스푼Disappearing Spoon』,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The Violinist’s Thumb』의 저자. 미국 워싱턴 D.C.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