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은 한 87세 남성이 뇌출혈로 병원 응급실에 입원, 이 환자의 간질 발작을 감지하고 치료를 위해 뇌파 검사를 벌였다. 환자는 안타깝게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해당 환자의 뇌파 활동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토대로 사망 당시 측정한 뇌 활동 900초 중 심장박동이 멈춘 전후 30초 동안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마지막 순간에 감마 뇌파를 비롯해 알파·베타·델타 등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변화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우리가 집중하거나,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은 인지능력이 높은 작업을 수행할 때와 비슷한 패턴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울러 여러 뇌파 간의 상호 작용이 뇌로 흐르는 혈액이 멈추고 나서도 계속됐다는 점도 확인했다.
해당 연구의 공동저자이자 루이빌대학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아지말 젬마 박사는 이 같은 연구에 대해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애초 이러한 계획조차 없었다”면서 뇌 활동 분석 결과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들을 볼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젬마 박사는 덧붙였다. 그는 “만약 뇌가 회상한다면 아마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3년 건강한 쥐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도 쥐의 심장이 멎은 지 30초 동안 높은 수준의 뇌파가 발생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젬마는 “단 한 가지 사례만으로 이 같은 보고를 하는 것이 절대 편하지 않다”면서도 “두 연구 사이 유사점은 매우 놀랍다. 이번 뇌파 촬영 성공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다른 연구의 포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