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감독상을 포함,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명칭과 유래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상의 정식 명칭은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상’이다. 그러나 오스카(Oscars)상, 또는 오스카 시상식이라고도 많이 부른다. 왜 그럴까?
오스카의 유래는 정확하지 않다. ‘설’만 무성할 뿐이다. 다만, 트로피를 오스카라고 부르면서 오스카 시상식이란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에게는 높이 34㎝, 무게 3.8∼3.9㎏의 황금빛 남성 나상(裸像) 트로피를 준다. 이 트로피는 남성이 가슴 높이까지 오는 장검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인데, 이 트로피를 ‘오스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상 트로피가 오스카라는 별칭을 얻은 데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전해진다. 먼저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협회(AMPAS) 도서관 사서였던 마거릿 헤릭 여사가 1931년 도서관 책상 위에 있는 황금상을 보고 “삼촌 오스카와 닮았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마침 지나가던 신문기자가 그 말을 듣고 다음 날 칼럼에 언급하면서 오스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고 한다.
둘째로는, 두 차례나 아카데미상을 탄 1920년대 할리우드 명배우 베티 데이비스가 트로피를 뒤에서 봤을 때 첫 번째 남편 하먼 오스카 넬슨과 닮았다고 말해 오스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다른 설은 할리우드의 칼럼니스트인 시드니 스콜스키와 관련된 내용이다. 스콜스키가 1934년 제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침의 영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캐서린 헵번에 관한 기사를 쓰던 중 아카데미상을 계속 ‘그 상(The statue)’이라고 쓰는 것에 염증을 느껴 ‘오스카’라고 명명했다는 것이다.
세 가지 설 중 마거릿 헤릭 여사가 “삼촌과 닮았다”고 말한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아카데미 역시 오스카라는 별칭이 점차 널리 쓰이자 1939년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홈페이지 제목도 ‘오스카 2020,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돼 있고, 홈페이지 주소에도 오스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오스카 트로피의 금전적 가치와 부상 내역
‘오스카 트로피’의 금전적 가치는 공개된 바가 없다. 트로피는 주석과 구리 등이 들어간 합금에 24K로 도금 했는데, 아카데미 측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고귀한 상이길 바란다”며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다만, 트로피의 금전적 가치는 350달러(약 41만원) 또는 500달러(약 60만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물 목록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크다. 올해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자와 수상자들이 받게 될 부상은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 상당에 달한다. ‘기프트백’(Giftbag)으로 불리는 이 부상은 아카데미 주최 측과는 관계가 없다. 한 마케팅 회사가 제품 홍보를 위해 후보에 오른 이들에게 제공해 온 기프트백에는 제품뿐만 아니라 미용 시술권, 유람선 이용권 등 구성이 다채롭다.
앞서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포브스는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자들이 받게 될 부상 목록을 자세히 전했는데, 초호화 크루즈 여행 이용권과 스파 숙박권, 다이아몬드 목걸이, 고급 보드카, 리조트 이용권 등이 들어있다. 남·여주연상, 남·여조연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부문 후보자들에게도 부상이 주어지는데 가격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부상을 거절한 이도 나왔는데 영화 ‘더 와이프’로 제91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글렌 클로즈가 그 주인공이다. 클로즈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프트백을 본인이 받는 대신, 여성단체에 기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자 복장
‘아카데미는 적절한 기준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누구라도 돌려보낼 권리가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포함된 문구다. 턱시도나 우아한 어두운 색 정장 또는 드레스를 입지 않은 기자는 AMPAS가 운영하는 기자실 출입을 불허한다는 경고다. 내용은 구체적이어서 검은색이라도 스니커즈는 안 되며, 블랙진을 입어도 안 된다. 드레스는 무릎 아래까지 닿는 길이여야만 한다.
•세계 최고의 칸 국제영화제도 초청작 공식 상영회 때 복장 규정이 까다롭다. 상영관에 들어서는 남성은 누구든 검은색 정장 또는 턱시도에 보타이가 필수다. 여성은 드레스를 입어야 상영관 입장이 가능하다. 칸 영화제는 영화를 만든 이들에 대한 예우를 그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기자실 기자들에게까지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들이밀지는 않는다. 프랑스와 미국의 다른 문화적 배경도 작용했겠지만, 아카데미는 92년 된 축제의 권위를 엄격한 복장 규정으로 드러내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카데미상은 미국 영화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수상은 명예와 함께 비즈니스 기회를 안긴다. 배우든 감독이든 스태프든 수상을 하면 몸값이 훌쩍 뛴다. 무명에 가깝던 배우 브리 라슨은 2016년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스타로 발돋움했고, 마블의 블록버스터 ‘캡틴 마블’(2019)의 주인공을 꿰찰 정도로 정상급 배우가 됐다. 미국 영화사들이 돈을 쏟아부어 정치권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홍보전을 펼치며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려는 이유다.
•AMPAS는 미국 영화인들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할리우드가 세계를 대상으로 영화를 만든다지만, AMPAS는 태생적으로 해외 영화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AMPAS 회원 투표로 수상자(작)를 선정하는 아카데미상도 미국 영화, 적어도 영어 영화를 더 선호한다. 최근 회원의 인종과 국적, 성별 다양화에 노력한다지만 여전히 백인 남성이 주류다. 그럼에도 ‘기생충‘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손에 쥐었다. 오스카의 콧대를 꺾은 게 한국 영화라니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