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만든 ‘일반 의회(Common Assembly)'에 연원을 둔다.
일반 의회는 1958년 들어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위원회(Euratom)’도 포괄한다. 그러면서 ‘유럽의회 회의(European Parliamentary Assembly)'로 이름이 변경됐다가 1962년 지금의 명칭인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로 바뀌었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한동안 EU 회원국 의회가 직접 뽑았다. 하지만, 지난 1979년부터 회원국 주민들 직접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회 의원의 정원은 모두 751명이다.
-기능
유럽의회가 가진 권한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바로 ‘입법권’과 ‘예산권’ 그리고 ‘감독과 통제권’이다. EU에서 법을 만드는 권한은 유럽의회가 독점하지 않는다.
유럽의회는 먼저 일반 입법 과정에서는 EU 내 다른 조직인 각료이사회와 입법권을 공유한다. 반면 특별 입법 과정에서 유럽의회는 자문이나 승인권만 가진다. 유럽의회는 또 예산안에 동의하고 예산 집행을 통제할 권한을 가진다.
유럽의회는 특히 예산통제권을 통해 집행위원회 기능을 감독한다. 또 각료이사회 권고를 받아 특정 기간에 집행된 예산의 사용 방식에 대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유럽의회는 다른 EU 조직들을 상대로 한 감독 기능도 수행한다.
유럽의회는 집행위원장을 선출하고 위원장과 집행위원 27명으로 구성되는 집행위원단 전체를 승인하거나 불신임할 수 있다. 1994년 이래 집행위원장 지명자는 유럽의회가 여는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
거기에 각료이사회와 회원국 정상들이 모인 유럽이사회 활동도 감독하는 기능도 유럽의회에 있다. 유럽이사회는 유럽중앙은행 총재, 부총재, 집행위원회를 임명하기 전 이를 반드시 유럽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조직, 의원과 보좌관
유럽의회 조직은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먼저 의원과 보좌관을 들 수 있다.
유럽의회 의원은 인구에 비례해 회원국별로 수가 미리 할당돼 있다. 이 가운데 독일이 96명으로 가장 많고 작은 나라인 몰타와 룩셈부르크, 그리고 키프로스가 6명으로 가장 적다.
5년마다 치르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원을 뽑는 방식은 회원국마다 다르다. 하지만 직접선거와 비례대표 원칙은 공통으로 유지된다.
-의장과 사무국
유럽의회는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장 1인과 그를 대행하는 14명으로 구성된 부의장단을 두고 있다. 의장은 의원들 비밀투표로 선출되며, 의장에 입후보하려면 한 개 정당연합이나 혹은 최소 의원 40명으로부터 추천받아야 한다.
유럽의회 의장은 의회 내 정당연합을 대표하고 의회 최고 책임자로 여러 권한을 갖는다. 유럽의회는 또 의장과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도 두고 있다.
-정당연합과 상임위원회
유럽의회 의원은 해당 회원국 선거법에 따라 선출되지만, 선출된 의원들은 유럽의회에 와서 비슷한 이념이나 성향에 따라 정당연합을 만든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정당연합이 모두 8개가 있다.
1979년 유럽의회 의원을 회원국 주민들이 직접 뽑기 시작한 뒤 현재까지 다수는 ‘기독민주(Christian Democrat)', ‘보수주의(Conservative)’, ‘사민주의(Social Democrat)', ‘자유주의(Liberalist)’ 등 주로 중도노선을 걷는 정당 출신이었다.
물론 유럽의회 의원은 어떤 정당연합에도 속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의원들은 또 정당연합 외에 전문화된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s)'에 소속돼 활동한다. 현재 유럽의회에는 상임위원회 20개가 있다.
-대표단과 재무관
유럽의회 안에 설치된 대표부는 EU 비회원국 의회와의 관계를 지원하고 이들 나라와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부는 ‘의회공동위원회’, ‘의회협력위원회’, ‘의회 간 대표부’, 그리고 ‘다자간의원총회대표부’ 등 네 가지 형태로 분류되고 현재 총 44개가 있다.
-선거결과 및 전망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정당연합인 'EPP'가 180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또 사민주의자 연합인 'S&D'가 145석으로 2위, 그리고 3위는 자유주의 세력인 'ALDE'로 모두 109석을 차지했다.
그 외에 녹색당 연합인 Greens가 69석, 대중영합주의 세력인 EFD가 54석, 극우세력 연합인 ENF가 58석으로 약진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표면적인 결과는 중도 좌우파 주류의 쇠퇴, 자유주의 계열과 녹색당의 선전, 극우파와 포퓰리즘 세력의 약진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도파의 지배력 상실과 맞물려 극우세력이 유럽의회 내에서 강력한 제3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1당의 지위를 고수한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을 제외하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에서 극우 정치세력의 승리는 유럽의회 차원을 넘어 각국 국내정치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 프로젝트 자체에 비판적인 극우세력이 제3의 세력으로 성장함으로써 유럽연합 자체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극우세력의 이데올로기와 담론 영향력이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극우세력이 득세하면서 기존 중도우파와 보수세력 역시 득표를 위해 극우의 담론과 의제를 빈번하게 차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 전반의 우경화와 보수화는 가속화되고,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이름 아래 반이민, 인종혐오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현시기 정치경제적 위기의 반영이며, 그 결과 유럽연합 프로젝트 존재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양극화→이민-난민→외국인 혐오-폭력의 악순환 구조가 유럽연합의 제도정치와 자본주의 체제에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우울하고 위험한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설적으로 유럽연합을 회의하고 거부하는 집단이 유럽 납세자들의 세비를 받으면서 유럽의회 의사당을 활보하면서 유럽연합에 저주를 퍼붓는 희비극이 매일 생중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