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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 생활비 조사에 따른 전 세계 각 도시들의 상대적인 물가 지수(뉴욕=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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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2023년 세계 생활비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스위스 취리히가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비싼 도시로 꼽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1월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동차 소유 비용이 크게 상승하고 식료품 가격 등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싱가포르는 지난해에도 미국 뉴욕과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생활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1위인 취리히는 스위스 프랑의 통화 강세,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지난해(6위)보다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스위스 프랑은 최근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인해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반영되면서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크게 평가절상됐다.
지난해 공동 1위였던 뉴욕은 밀려나 스위스 제네바와 함께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홍콩이 5위, 로스앤젤레스(LA)가 6위, 프랑스 파리가 7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덴마크 코펜하겐과 이스라엘 텔아비브가 공동 8위, 샌프란시스코가 10위를 기록했다. 다만 조사 시기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 이전이었던 만큼 현재 텔아비브의 생활물가는 더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은 아시아 도시 가운데서는 세 번째로 가장 살기 비싼 도시로 조사됐다. 뉴욕의 생활비 수준을 100으로 수치화했을 때, 아시아 도시 중에는 싱가포르(104)와 홍콩(98) 다음으로 서울이 81로 가장 높았다.
그밖에 중국 도시들은 순위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는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와 소비 수요 침체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도 엔화 약세로 도쿄는 23계단 하락한 60위, 오사카는 27계단 하락한 70위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세계 물가는 현지 통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1% 상승에 비하면 소폭 하락한 수치다. 특히 공공요금은 5.7% 상승에 그쳐 조사 대상 10가지 상품과 서비스 범주 가운데 가장 낮았다.
EIU내 세계 생활비 조사 총괄인 우파사나 더트는 “중국이 지난해 말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서 공급 측면 충격이 감소했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타난 에너지 가격 급등도 완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물가 상승 리스크에도 내년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가도 진정될 것”이라면서도 아직 글로벌 생활비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EIU는 세계 173개 도시에서 200개 상품·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매년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 순위를 매긴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4일부터 9월 11일까지 전 세계 173개 도시의 400개 이상의 개별 물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