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에게 젊은피 수혈 효과 임상연구
11월5일 스탠퍼드대 토니 위스코레이 박사(신경과학) 연구팀은 "18~30세 젊은 혈액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주사했더니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 영위 능력이 유의미하게 좋아졌다"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과거에도 쥐를 대상으로 '젊은 피의 노화 방지 효과'가 연구된 적은 있었지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이번 임상은 54~86세의 경도~중증도 알츠하이머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주에 걸쳐 진행됐다.
대조군에는 생리식염수(위약)를 주사하고, 실험군에는 젊은 남성 기증자에게서 채취한 혈장(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 등을 제거한 액체)을 주사한 뒤 환자의 뇌 영상과 각종 혈액지표를 비교했다.
실험 결과 환자들의 기억력과 학습능력 등 인지기능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젊은 피를 수혈받은 실험군의 일상생활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 거부 반응 등 별다른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처럼 유의미한 결과를 냈지만 지난해 임상 개시를 앞두고 논란이 거셌다. 사람의 혈액을 사고파는 '상업적 수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윤리 문제도 불거졌다. 미국 미네소타대 레이 터너 생명윤리학 교수는 "신뢰할 만한 연구가 빈약한 상태에서 영리 목적으로 업체가 난립하는 현상을 수도 없이 봐왔다"고 염려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수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일부 미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젊은 피를 수혈해주고 큰돈을 챙기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혈장에서 여러 단백질과 분자를 제거한 대규모 2차 임상을 계획 중이다. 다른 종류의 치매와 퇴행성 질환에 대해서도 연구를 실시할 방침이다.
위스코레이 박사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혈장 전체보다 일부 단백질·분자를 제거한 혈장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분당 차병원이 2014년 12월부터 산부로부터 기증받은 제대혈 혈장을 이용해 항노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실험은 규모가 작고 표본이 18명밖에 되지 않아 연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리나 콘보이 UC버클리 박사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임상시험의 과학적 근거는 불분명하다"며 "젊은 피의 효과는 혈액 속 다양한 인자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한데,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모델) 쥐들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조차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