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보는 가상화폐
한국은행이 10월2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최근 논의 동향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해 유통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소득층의 경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쓰면서 높은 수수료를 물게 되는 것보다 가상화폐를 쓰게 하면 그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마이너스금리 추진을 위해서도 가상화폐가 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는 목적은 사람들이 돈을 보유하지 말고 쓰게 하자는 것이다. 가상화폐는 이를 효과적이고 편리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으로 제시된다.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화폐의 종말’에서 “범죄, 부패 예방 및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 고액권 발행을 중단하고 ‘벤코인’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적었다. 벤코인이란 비트코인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를 로고프 교수가 이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가상화폐 발행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과 직접 예금거래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 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법화로서 모든 거래에서 자유롭게 이용되려면 그에 대응해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결제시스템도 24시간 가동돼야 한다. 이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중앙은행이 돈을 빼가려는 해커들의 집중 타깃이 될 위험도 크다. 사람들의 디지털화폐 지출 내역이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므로, ‘빅브라더’ 논란도 있을 수 있다.
현금 이용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 스웨덴이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과정에서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영국 등 디지털화폐 발행을 고민하는 국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홍콩, 싱가포르, 일본의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 등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다. 분산원장기술이란 은행의 거래 기록인 ‘원장’을 서버 컴퓨터 등 한 곳에 저장하지 않고, 다수의 일반 컴퓨터에 나누어 저장하는 기술이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 잘 알려진 블록체인이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지급결제시스템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테스트에 참여할 사업자를 선정 중에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 증권사 등 고객 130여곳을 대상으로 분산원장기술 시스템으로 자금이체가 가능한지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실험을 해볼 계획이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지 등도 확인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금으로서는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가능성이 작다”며 “발행이 되더라도 은행간 거래(국내거래) 및 중앙은행간 거래(국제거래)에 특화된 지급수단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
가상화폐의 긍정적 시각은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처럼 발행자도 없고 관리자도 없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저장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이때 사용된 방법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일정 시간 단위로 생성되는 ‘거래내역 묶음(블록)’을 ‘연결한다(체인)’는 뜻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네트워크 내에 데이터를 기록·보관하는 기술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은 디지털 정보로만 존재하는 가상화폐를 믿고 거래할 수 있게금 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가상화폐 기술에만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자상거래, 스마트 계약, 공공서비스 등 활용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UN 등은 미래를 바꿀 신 기술로 블록체인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성공적일지 소멸할지 갑론을박이 심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