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살인개미’인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 부산항에서 발견
지난 9월 28일 부산 남구 부산항 감만부두 2선석 컨테이너 적재장소에서 맹독성 ‘살인개미’인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 25마리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어 29일 같은 장소에서 1000여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발견됐다.
몸 길이 2.8∼6㎜로 붉은색을 띠는 붉은독개미는 몸속에 강한 독성물질을 가지고 있어 침에 쏘이면 심한통증과 가려움증을 겪는다. 심할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 증상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미국 등 북미에서는 한해 평균 8만명 이상이 붉은독개미에 쏘이고, 100여명이 사망해 살인개미로도 불린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으로 지정했다.
발견 나흘째인 이날까지 붉은독개미의 정확한 유입경로와 시기, 확산경로 등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역본부는 화물을 따라 외국에서 유입된 붉은독개미가 감만부두에서 대규모로 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 서식중인 붉은독개미가 1000여마리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붉은독개미가 발견된 장소를 둘러본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미집을 구축한 상황을 보면 국내에 반입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미집이 발견된 야적장 아스팔트 아래 틈 주변 20∼30m까지 붉은독개미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도 “최초 발견 이후 1000마리 규모의 군체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붉은독개미가 적어도 2~3개월 전부터 국내에 들어와 번식활동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역당국은 개미집 발견 당시 농약을 통째로 부었지만 아직 여왕개미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 교수는 “개미집이 발견된 컨테이너 야적장 주변을 파내 우두머리격인 여왕개미를 찾고 서식지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감만부두에서 붉은독개미의 서식지가 추가로 발견되면 주변을 아스팔트 등으로 완전히 덮어 외부로 못 나오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교미한 여왕개미는 날개를 떼고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왕개미가 아닌 일개미가 컨테이너 차량에 붙어 나간다고 하더라도 번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개미가 외부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있어 감만부두 외에 다른 지역의 서식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배포한 ‘붉은독개미’ 주의 안내문. 붉은독개미의 모양새와 접촉시 증상, 발견 가능지역 등이 나와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검역당국은 붉은독개미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추가 번식하는 일이 없도록 방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최초 발생지부터 1㎞ 범위까지 ‘트랩조사’를 넓혀 독개미의 확산 범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트랩조사는 독개미를 유인할 수 있는 페로몬트랩 등 장비를 이용해 해충을 포획해 조사하는 방법이다. 부처 간 공조체제도 구축한다.
앞서 지난 5월 일본과 호주 등지에서 붉은독개미가 확산하면서 당국은 7월부터 공항만 컨테이너 야적장 등지에서 독개미를 포함한 병해충에 대해 월 2회 이상 트랩조사를 실시해 왔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수입항과 화물 이동지역에서만 붉은독개미가 발견되고 도시 확산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