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꽃, 동네마다 절정
배롱나무꽃, 백일 동안 붉은 꽃이 핀다고 하여 백일홍(百日紅)이라고도 부르지만, 한 송이 꽃이 백일 동안 피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꽃송이들이 릴레이 경기를 하듯이 백일을 이어 간다. 흰배롱나무꽃도 있다.
배롱나무꽃은 8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룬다.
花無十日紅,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십일을 넘기지 못한다' 하였는데 백일홍 꽃은 다르다. 한여름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열흘 동안 이 땅에 붉은 융단을 깔아 놓는다. 나락이 필 때까지 끊질기게 피어있다. 이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쌀밥을 먹는다 하여 '쌀밥 나무'라고도 부른다. 질박한 삶이 흐르는 곳, 남도를 대표하는 여름꽃이다.
백일홍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백일홍, 배기롱 하다가 운율에 따라 배롱나무가 되었다. 원산지가 중국인 이 나무는 '자미화'라고도 한다. '자미(紫薇)'는 북극성이 의미하는 황제를 상징한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궁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지상으로 낮게 뻗어가는 나무 가지의 모습도 보기 좋고 껍질도 스스로 벗어 나무 표면도 아름답고 매끄럽다. 원숭이도 이나무에서 떨어질 정도로 미끄럽다 하여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청고한 선비들이 주위에 백일홍을 심은 뜻은 백일 동안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백일홍처럼 학문에 정진하고 모름지기 자신을 드러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청렴결백하게 살라는 의미가 아닐까. 껍질이 없는 배롱나무의 줄기는 겉과 속이 똑같다. 또한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변하지 않는 마음, '단심(丹心)'을 상징한다. 종묘나 사당·조상의 무덤가에 백일홍을 심어놓은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