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상과 주식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 앞에 설치된 황소상 조형물과 대신증권의 황소상
황소는 주식이 상승하는 '강세장'을 의미하며, '황소장-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주가가 하락하는 장은 '약세장'이라고 하는데, '곰장-베어마켓(Bear Market)'이라고 표현한다. 황소와 곰이 각각 강세장과 약세장을 의미하게 된 기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황소와 곰의 자세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설이다. 황소와 곰이 싸울 때 황소는 뿔을 밑에서 위로 치받으며 공격하고 곰은 반대로 자신의 앞발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공격한다. 미국 증권가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주가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강세장과 주가가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 치는 약세장을 닮았다고 해 황소장과 곰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18세기 초 보스턴 어느 가죽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설도 있다. 당시 가죽이 동이나 값이 오르면 영악한 상인들이 며칠 뒤에 가죽을 주겠다며 없는 곰 가죽을 미리 팔았다고 한다. 가죽 값이 비싸지면 곰 사냥꾼들이 더욱 열심히 사냥을 하게 되고 곰 가죽 가격은 자연히 떨어지게 된다. 상인들은 싼값에 가죽을 사서 미리 판매한 고객들에게 비싼 값에 넘기고 짭잘한 이득을 챙겼다. 오늘날로 비유하면 공매도를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곰 가죽 값이 떨어지길 바라면서 곰이 약세장을 의미하는 동물이 됐다고 한다.
또 하나는 뉴욕증권거래소 초창기 상장소식을 공지하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경기가 좋으면 게시물이 넘쳐나고 좋지 않으면 게시판이 비어있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뜻에서 공고라는 뜻의 'bulletin'의 앞부분을 딴 'bull'이 되고, 아무것도 안 덮였다는 의미의 'bare'가 발음이 비슷한 'bear'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설이야 어쨌든 황소와 곰은 오래 전부터 주식시장에서의 상반된 의미로 통했다. 1715년 찰스 존슨이 쓴 'Country Lasses'에는 'You deal in Beas and Bulls(강세와 약세장에서 거래하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또 1719년 출판된 '증시의 해부(Anatomy of Exchange Ally)'에는 'buyers of bear skins(곰 가죽 매수자)'라는 용어가 나온다. 이를 보면 300년 전에도 황소와 곰은 강세장과 약세장을 상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소상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독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 중국 상하이거래소, 인도 뭄바이거래소 등 전세계 증권거래소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월가에 설치된 대형 황소상은 1989년 조각가 아루트로디모디카가 자비로 36만달러를 들여 만든 것이다. 이 황소상은 현재 미국을 넘어 세계 자본시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여의도에는 한국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에 황소상이 자리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황소상까지 총 3개가 있었지만 대신증권이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2개만 남게 됐으나 본사 건립후 다시 설치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