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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선결과, 집권 자유민주당 제1당 유지

nyd만물유심조 2017. 3. 17. 12:46

 

 

 

위사진설명:3월15일(현지 시각) 열린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을 지킨 자유민주당(VVD)의 마르크 뤼터(오른쪽) 총리가 총선 승리 연설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반면 이변을 연출하려던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자유당(PVV) 헤이르트 빌더르스(왼쪽 위 사진) 대표는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지 언론은 진보 성향의 녹색좌파당(GL) 예시 클라버(왼쪽 아래 사진) 대표가 선전하면서 PVV의 바람을 잠재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EPA 연합뉴스

 

 

3월15일(현지 시각)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은 선거 기간 내내 초강세를 보였던 극우정당인 자유당을 예상 밖의 큰 격차로 누르고 제1당을 차지했다.

 

해킹 차단을 위해 16일 오후까지 수작업으로 진행된 개표 결과, 자유민주당은 전체 의석 150석 중 33석을 차지해 20석에 그친 자유당을 13석 차이로 따돌렸다. 이어 중도 진영인 기독민주당(CDA)과 민주66당(D66)이 19석으로 공동 3위, 사회당(SP)과 녹색좌파당(GL)은 14석으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뤼터 총리는 승리가 확정되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지켜본 네덜란드가 잘못된 포퓰리즘에 대해 '이제 멈춰(stop)'라고 말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시민은 "우린 증오 대신 희망을 선택했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쁨을 만끽했다. 자유민주당은 기독민주당 등과 함께 중도 진영 중심의 연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은 네덜란드 총선 결과에 안심하는 분위기다. 자유당이 승리할 경우 프랑스 대선(4~5월)과 독일 총선(9월)에도 영향을 미쳐 유럽이 극우 포퓰리즘 광풍(狂風)에 휩쓸릴 것이란 불안감이 컸다. 또 영국의 탈퇴 추진으로 위기에 빠진 EU가 해체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네덜란드 선거는) 유럽의 승리다. 프랑스 대선에서도 극우 후보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결과는 유럽에 대한 찬성표이자 극단주의자에 대한 반대표"라고 했다. 프랑스 국민전선과 '독일을 위한 대안' 등 다른 극우정당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자유민주당의 낙승은 네덜란드 정계 안팎에서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 41석을 얻었던 자유민주당은 올 초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에 큰 차이로 밀렸다.

 

반(反)난민·반이슬람·반EU를 표방한 자유당은 유럽에 난민 문제가 불거진 2015년 가을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작년 초 여론조사에선 자유당이 이번 총선에서 42석을 얻어 자유민주당(18석)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지난 1월 조사에서도 35석 안팎으로 1당 등극이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자유민주당이 지지율에서 자유당에 앞서기 시작했고, 이런 우세가 자유민주당 승리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정당의 돌풍을 잠재운 건 극단적 주장을 하는 세력이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네덜란드 유권자들의 견제 심리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민주당을 비롯해 민주66당·녹색좌파당 등 주요 정당들은 선거 기간 '포퓰리즘과 전쟁'을 선포하고, 자유당 공약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반면, 자유당은 중동 난민 유입 금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폐쇄, 이슬람 경전인 쿠란 금지 등을 내걸었다. 영국에 이어 EU 탈퇴를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네덜란드 트럼프'로 불리는 빌더르스 주장이 너무 과격해 많은 네덜란드 유권자가 선거 막판 그에 대한 지지를 재고했다"고 분석했다.

 

자유당이 1당이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나서면서 일부 투표소에선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일도 벌어졌다. 네덜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투표율은 80.4%로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했다.

 

자유당은 실패하지 않았고, 이미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당은 지난 선거 때보다 의석을 5석 더 늘렸고, 선거를 통해 자신들 주장을 널리 퍼뜨렸다는 것이다. 빌더르스 대표는 "의석을 늘린 우린 패배자가 아니라 승리자"라며 "(자유민주당 등) 패배자들이 연합 정부를 구성한다면 우린 선명 야당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 정치인도 탄생했다. 녹색좌파당 예시 클라버(30) 대표는 지난 총선 때 4석이었던 의석을 14석으로 늘렸다.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네덜란드의 트뤼도(캐나다 총리)' '네덜란드의 케네디'라고 불리는 그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이번 선거에서 포퓰리즘을 막는 '방풍막'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친(親)난민·친EU 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했다. 현지 언론은 "클라버가 쇠락의 길에 접어든 유럽 진보 진영의 새 아이콘으로 떠올랐다"고 했다.